장애인=시설생활? 그 생각부터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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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생활? 그 생각부터 인권침해

0 3,769 2012.03.13 09:26

‘장애인 탈시설 운동’하는 김정하씨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사회관계망 통한 자립생활 도와
21일 후원콘서트 열어 기금 마련

“가난하고 장애가 있으니 시설에 갇혀 사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과 편견이 바뀌어야 합니다. 시설에 살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김정하(36·사진)씨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발바닥행동)에서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의 주거 마련과 자립을 돕고 있는 활동가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9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자폐아동 돌보기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장애인도 집단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속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발바닥행동은 지난 2005년 설립 직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사업으로 전국의 조건부 신고시설 22곳을 대상으로 국내 첫 거주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벌였다. 김씨는 “그때 조사 결과, 생활 환경이 조금 나은 시설마저도 시설 자체가 가지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선택의 자유가 없는 갇힌 삶이었다”며 매우 참담하고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조사에서 “오늘은 이벽을 보고 누웠다가, 지겨워서 다음날은 저벽을 보고 누워 있는다”는 한 와상 장애인의 답변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 지난해 실태 조사에서도 “30년 만에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났다”는 한 장애인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시설이 아무리 민주화돼도 인권침해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본격적으로 탈시설 운동에 나섰다.

김씨는 탈시설에 대한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오면 어디서 살아가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다”며 “탈시설은 장애인에게 주거공간을 마련해주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일반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 마저 ‘장애인은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집과 활동 보조자와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장애인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바닥행동은 활동기금 마련을 위해 22일 저녁 8시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장애인인권발바닥행동 20011 후원콘서트’를 연다. 이날 콘서트에는 가수 강허달림, 백자, 장필순, 이한철밴드가 참여한다.

발바닥행동은 새해 시설을 거부하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은 자료집도 출간해 ‘탈시설·자립생활’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김씨는 “영화 <도가니>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정작 인화학교가 없어진 것 정도로 만족한다”며 “장애인이 시설에 살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