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의 엘리베이터 등 시각장애인용 점자 표시에 오류가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점자타자기를 다루는 점역사 김모(여·24)씨는 “두 달 전 복지부를 방문했더니 엘리베이터의 점자표기가 잘못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제보를 토대로 문화일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복지부 청사의 한 엘리베이터 점자표시를 확인한 결과, 잘못된 표시들이 그대로 발견됐다.

닫기 버튼 오른쪽에 ‘폐’라고 붙어 있어야 할 점자 스티커가 잘려져 있거나 내려가는 버튼 아래쪽에 ‘하’라고 쓰인 점자 스티커가 거꾸로 붙어 있었다. 청사 관리인들의 통제로 인해 이날 현장 사진 촬영은 이뤄지지 못했다.

시각장애인 김모(53)씨도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을 때마다 한숨부터 내쉰다. 음료수 캔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기가 돼 있지만, 그 내용은 모두 ‘음료’라고만 표기돼 있어 김씨 혼자 힘으로는 커피인지 탄산음료인지 다른 음료수인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몇 음료업체에서 점자표기를 도입했지만 내용이 불분명해 원하는 종류의 음료를 구분할 수 없다”며 “음료수 하나 구입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단체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음료 용기나 의약품 등의 점자표기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점자표기와 관련한 규정은 의약품에 한해 ‘권장사항’일 뿐이고 음료 등의 경우 아예 관련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관련 규정도 애매하기만 하다. 의약품의 점자표기에 대해 약사법 75조 1항은 권장하고만 있고 이를 의무화하진 않고 있다.

문화일보 11면4단| 기사입력 2012-04-23 13:51 | 최종수정 2012-04-23 14:21
정철순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