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황화성)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9월 ‘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43건의 수기가 접수됐으며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12월 중 수상작 전편을 연재한다. 두 번째는 복지일자리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이북에서 양산으로의 희망 여정’이다.

이북에서 양산으로의 희망 여정
박봉근(경상남도 양산시)

다시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으로 공공기관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고향이 함경남도 문천군 덕원면 고성리로 부모 형제와 생활하다 6.25때 부친은 이북에 남고 어머니, 형제들과 서울 이문동으로 넘어왔습니다.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내고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동대문구 청년 회장을 하다 서울시청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되었습니다.

처음 서울시청 사회과에서 영세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급량을 배부하면서 사회복지업무 능력을 쌓아갔습니다. 정년퇴직 2년 전 수도과에서 근무하던 중 붕괴사고로 지체하지절단 3급 장애를 입고 보훈대상자로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이후 장애로 일자리 구하는 것이 어려워 퇴직금과 저축한 돈으로 투자를 했지만 사기로 부도가 났으며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 집을 매매하여 부채 정산했습니다. 이후 딸이 있는 양산으로 내려와서 살게 되었지만 사기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은 일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곳 양산에서 저와 상황이 비슷한 장애인 참여자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계도 및 홍보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자리가 제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 참여 신청을 했습니다.

처음 업무를 하게 되었을 때에는 서울시청 공무원 재직시절 때처럼 민원에게 원리·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하고 대면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민원이 가족 같고 이웃 같고 내 집을 찾아오는 손님 같아 먼저 불편이 있는지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게 되고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후배 같은 마음이 들어 그런지 좀 더 공기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하게 해주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후면 주차를 하려는 민원인들에게 전면주차를 안내하여 수목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매연 등 나쁜 공기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장애인전용 주차단속 업무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 전면주차 안내, 운전미숙한 장애인에게 주차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에게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안내해 드리고, 상담도 해주면서 건강도 챙기고 웃으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할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양산시청 장애인주차단속도우미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손길로 양산시청사의 꽃과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후배들의 건강도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권리도 찾아줄 수 있어 저는 이곳에서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장애를 얻기 전에는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알 수 없었고 장애를 얻었을 때에는 장애인이라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를 얻었다고 좌절하고 포기하고만 있었더라면 저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새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직업경험을 지원하는 공공일자리사업입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기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때 주변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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