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해 달리는 5명의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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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해 달리는 5명의 장애인들

0 4,451 2009.11.02 10:42
재활병원 기금 마련 위해 뉴욕마라톤 참가

이지선 "8시간 걸어서라도 끝까지 완주할 것"


"장애인 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걸어서라도 끝까지 완주하겠습니다."

지난 2000년 7월 대학 4학년때 교통사고로 전신 55% 화상을 입은 뒤 40여 차례의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해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이지선(31)씨를 비롯한 5명의 장애인이 1일 열리는 뉴욕 마라톤에 출전한다.

장애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동시에 현재 푸르메 재단이 추진하는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20여명의 신청자 중에서 장애인들의 대표성과 완주 능력을 고려해 선발된 이들 5명은 이씨 외에 9년 전 전기고압공사 도중 감전사고로 양팔이 절단된 지체장애 1급 김황태(32)씨, 선천성 소아마비인 지체장애 1급 김용기(34.치과기공사)씨, 5살때 열병을 앓은 후 청각을 잃게 된 청각장애 2급 이수완(40)씨, 31살때 망막색소변성 유전인자의 진행으로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 1급 신형성(48)씨 등이다.

이 가운데 이지선씨와 수개월동안 같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함께 있었던 김황태씨는 완주 경험만 33번이고, 전국 체전 등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한 베테랑 마라토너이다. 최고 기록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 쓰리'(3시간 이하 주파)에 해당하는 2시간57분대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 대회 참가 경험이 있다.

또 김용기씨도 휠체어 마라톤 부분에서 세계 랭킹 50위 이내에 드는 1시간46분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청각 장애인인 이수완씨는 3시간 8분, 신현성씨도 3시간39분의 기록으로 이들 모두 전국 체전 단골 출전 멤버들이다.

다만 홍일점 이지선씨는 생애 첫 완주 도전.

푸르메 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이씨는 31일(한국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지난 여름 재단의 권유로 출전을 결심하고 센터럴 파크에서 1주일에 3번정도 빨리 걷기 연습을 했다"면서 "달려서는 어렵고 빠른 걸음으로 1시간에 6㎞씩 약 8시간 정도면 완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연습할 때는 400m만 달려도 숨이차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는데, 요즘엔 빠른 걸음으로 1시간30분까지 걸어봤다"며 "구간마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교통 차단을 해지하기 위해 회송버스가 오게 되는데 그때 끌려나가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인도로 걸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마라톤 행사를 후원하고 있는 에스오일의 마라톤 동우회 회원 조인국씨(160회 완주경력)가 이씨 옆에서 함께 뛰며 완주를 도울 예정이다.

보스턴과 뉴욕에서 4년째 유학 중인 이씨는 "한국은 장애인에게 지나친 시선과 관심을 갖는데 미국 사회에서는 섭섭할 정도로 관심이 없다"며 "심지어 학교 친구들도 왜 몸이 그러냐고 묻지 않다가 한참이 지난 후 내가 먼저 얘기하자 그동안 궁금했었다고 하더라"며 미국과 한국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차를 설명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의 뉴욕 마라톤 참가를 주최한 푸르메 재단(www.purme.org)의 백경학 이사는 "경기도 화성에 내년 5월 착공, 2년 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재활병원은 모든 장애인의 꿈"이라면서 "35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37억원 정도가 모금된 상태여서 많은 사람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현재 전국에 재활환자 병상은 6천개 정도에 불과해 입원을 하려면 2-3개월씩 기다리는 것이 예사여서 전문 재활병원의 건립이 시급하다는 것이 푸르메 재단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