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 법률행위 취소권 폐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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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 법률행위 취소권 폐지 불가피

최고관리자 0 3,412 2020.07.01 09:28

성년후견 법률행위 취소권 폐지 불가피

75.4%가 취소권 행사 0건, “실효성 부족”

증명책임 전환·실질적 대리권 보장 등 보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30 16:02:51

한국장애인부모회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장애인부모회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 속 ‘취소권’이 장애인 인권보호 차원 문제, 실효성 부족 문제로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나 보증과 같은 큰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분야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완책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장애인부모회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제한능력자 법률행위 취소제도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민법상 성년후견제도에서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와, 동의유보의 결정범위 내에서 피한정후견인이 후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를 후견인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취소권’ 제도를 두고 있다. 특정 후견과 임의후견에서는 ‘취소권’이 없다.

이 같은 후견인의 취소권은 판단능력의 부족으로 본인에게 불이익한 거래행위를 한 피후견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는 제도 목적을 갖고 있지만,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태영 교수는 “성년후견제도와 한정후견제도가 가진 ‘취소권’의 보장은 ‘자기결정권의 존중’ 못지않게 ‘본인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취급됐는데, 이 취소권이 없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악질 상행위에 피해를 입기 쉬운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심판과 한정후견심판 신청건수가 월등히 많은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취소권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성년후견제도나 한정후견제도에서 가진 취소권이 실제로 권리보호를 위해 과연 얼마나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했다.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취소권이 배제되기 때문에 실제로 취소권이 많은 거래의 경우 적용되지 않기 때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태영 교수.ⓒ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태영 교수.ⓒ에이블뉴스
■취소권 필요? 성년·한정후견 < 특정후견

실제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의 보호자들은 취소권을 어떤 경우에 행사하며, 취소 제도에 대해 얼마나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윤 교수는 한국장애인부모회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8년 후견심판을 받은 후견인 및 후견심판을 고려하고 있는 의사결정능력장애인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후견제도 유형별로 보면, 성년후견인 45명, 한정후견인 15명, 특정후견인 65명, 아직 후견심판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 87명 총 212명이다.

이들 중 82.6%가 “취소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세히 보면, 취소권이 있는 성년후견, 한정후견은 68.3%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취소권이 없는 특정후견은 80%가, 후견 미신청 집단은 94.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선택한 후견심판의 불만족점에 대해서는 취소권이 있는 성년후견 및 한정후견의 경우 ‘취소권이 있어도 효용성이 낮다’는 의견이 6.7%로 나타났다. 반면, 취소권이 없는 특정후견 집단의 경우 취소권이 없어 오히려 실효성이 낮다고 봤다.

윤 교수는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의 지적 능력을 고려할 때 과연 이들이 취소를 할 만한 법률행위가 가능한가. 대부분 보호자가 대리해서 법률행위를 하기 때문에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일상생활에서 과도하지 않은 물품을 사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취소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어느 정도 스스로 법률행위가 가능한 경우 대부분 특정후견심판을 받기 때문에 특정후견인들이 취소권의 필요성이나 유용성을 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도 역으로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취소권 행사 ‘저조’, “특정후견에게 더 필요”

취소권이 있는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자들이 실제로 장애인들이 한 계약을 취소한 경우는 ‘0번’이 75.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1~2번이 21.1%로 나타나, 취소권을 가진 후견인들이 실제로 취소를 하는 경우 매우 저조했다.

또 실제 후견 업무 종사자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애등급 또는 장애정도에 따라 피해를 당하는 강도에 차이가 있었으며, 중증보다 오히려 경증인 경우 더 큰 피해를 본다고 분석됐다.

그 이유를 종합해보면, 경증일수록 사회생활이 가능해 피해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지고, 주변인들의 사기 등을 당할 확률이 높다고 봤다. 실제 경험한 피해사례는 휴대폰 관련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휴대폰 개통 자체,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 보험가입, 별풍선, 대포폰 등 다양했다.

윤 교수는 “실제 중증을 대상으로 하는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서 취소권을 행사할만한 계약상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보다, 경증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후견에서 취소권을 행사할 만한 상황이 더 많다”면서 “사람으로 특정해 취소권을 한정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실제 성년후견심판이나 한정후견심판을 신청하고자 하는 부모에게 자녀의 인권을 위해 특정후견을 권할 경우, 취소제도를 활용할 수 없음에 불안감이 크다. 법제도적 해소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에서의 취소권을 폐지한다면 오히려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취소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주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소권 폐지 불가피, “보완책 반드시 필요”

이에 윤 교수는 취소제도를 없앤다면 다른 구제제도를 통한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실제로 취소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분야는 부동산 거래나 보증과 같은 큰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는 분야나, 휴대폰 거래와 같은 소비자 거래가 주를 이룬다”면서 “중명책임의 전환을 통해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계속해 구입했지만 불공정한 거래나 사기가 아닌 경우 판매자에게 설명의무 강화나 후견인들에게 고지의무를 인정해 소비자계약과 관련해 실질적인 대리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윤 교수는 “취소권 제도를 없애고, 소송법상 증명책임의 전환 및 소비자계약과 관련한 합리적 법제도 등을 구축하게 된다면, 후견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사라지게 되는 큰 긍정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오)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왼)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오)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에이블뉴스
■취소권 폐지 불가피 공감, 특정후견 보호장치 등 보완

이날 토론자들도 취소권 폐지와, 이를 위한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는 “예전부터 후견인의 취소권은 피후견인의 이익 보호라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본인 보호를 위해서보다는 본인의 재산관리권을 박탈 제한할 목적으로 이용됐다”면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또한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고 취소권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판단능력이 아주 부족한 분들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취소권에 연루될 문제가 없지만,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시고 사고를 많이 치는 분들에 대한 권리구제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거래 능력 판단력이 부족했다고 인정되면, 오히려 상대방이 판단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리스크를 분담하거나, 본인이 나중에 철회할 수 있도록 철회 폭을 넓혀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유엔의 권고를 수용해서 후견인들의 취소권 등을 폐지하거나 최소화한다고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당사자들과 보호자들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약자들이나 판단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보호 장치가 반드시 병행해서 논의되고 확보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박은경 사무관은 “인권문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고, 법률행위 취소제도가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것에 있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취소제도가 피후견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다른 제도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의미 있다”면서 “발제해주신 불공정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전환이나, 후견인에 대한 고지 의무 부과 등의 고민은 의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성년, 한정후견의 경우 친족이 다수며, 특정후견은 제3자 후견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친족 후견의 경우 사실상 취소권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좁히는 부분이 있다. 친족후견과 제3자 후견을 고려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경증일 경우 특정후견을 받고 있는데, 취소권이 없다보니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특정후견에 계신 분들도 권리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완제도가 꼭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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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