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장애인 탑승제도 변경 “분통”

   커뮤니티   >  복지뉴스

복지뉴스

에버랜드 장애인 탑승제도 변경 “분통”

최고관리자 0 3,433 2020.07.24 09:18

에버랜드 장애인 탑승제도 변경 “분통”

우선탑승→탑승예약, “발달장애 특성 반영 NO"

“기다림 어려운 아이, 막막”…“본래 취지 개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7-22 15:04:27

에버랜드 홈페이지 속 장애인 탑승예약제도 소개 내용.ⓒ에버랜드 홈페이지 캡쳐에이블포토로 보기 에버랜드 홈페이지 속 장애인 탑승예약제도 소개 내용.ⓒ에버랜드 홈페이지 캡쳐
“아이가 놀이기구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1년에 2번 정도는 에버랜드를 찾는데, 갑자기 장애인 탑승 제도가 변경되니까 막막해요. ‘아, 이제 못 가겠구나’ 이게 첫 반응이죠.”

뇌병변, 지적, 언어장애를 동반한 8살 중증장애아동을 키우는 김 모 씨(만 35세, 서울 양천구)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식개선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최근 에버랜드의 장애인 우선탑승제도를 소개하려고 자료를 찾던 도중, 지난 5월 18일자로 ‘우선탑승제’가 ‘탑승예약제’로 변경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기존의 ‘장애인 우선탑승제’는 장애유형이나 정도에 관계없이 복지카드 소지자는 동반 1인까지 기다림 없이 우선탑승 전용 출입구를 통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뀐 ‘장애인 탑승예약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기존 1~3급) 지체, 시각, 정신적장애인’으로 대상을 한정, 동반 3인까지 탑승예약 후, 예약된 시간에 해당 기구를 탑승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정문에 위치한 손님상담실을 방문해 탑승예약카드 발급 신청서를 작성 후, 예약카드를 발급받아야 가능하다.

먼저 예약된 놀이기구 탑승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기구 탑승예약은 불가하다는 조건도 명시했다.
 
에버랜드 홈페이지 속 장애인 탑승예약제도 소개 내용.ⓒ에버랜드 홈페이지 캡쳐에이블포토로 보기 에버랜드 홈페이지 속 장애인 탑승예약제도 소개 내용.ⓒ에버랜드 홈페이지 캡쳐
김 씨는 이 같이 변경된 ‘장애인 탑승예약제’가 한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이 힘든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며, 적당한 대기공간이 없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 또한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탑승 하는 장애인이 많이 없어서 잠시 기다렸다가 바로 다음번 운행 시에 탈수 있었는데, 이번에 변경된 것은 예약하고, 대기 장소에 가서 대기하고, 예약 시간에 맞춰 또 기구 앞으로 가야하는 것이거든요. 예약한 손님이 많을 경우 추가 대기시간이 발생해 실질적 대기시간이 길어져요."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장애아동을 둔 가정에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기다리기 자체를 힘들어하는 발달장애 특성상 한 장소에서 대기할 수 없고, 놀이시설을 바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해 분노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아동의 경우, 경사가 있고, 비좁은 실내로 마땅히 대기할 장소가 부족하다. 장애부모들이 입 모아 “아, 이제 못가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더욱이 아이가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다보니까 아이를 들었다 놨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어쩌다 한 번 마음먹고 가는데, 경사도 있고 그늘진 곳이 없어 화장실 가서 쉰 적도 있거든요. 다른 놀 거리가 마땅치 않아 큰 맘 먹고 한 번씩 가는건데, 아이들의 놀 권리를 막아버리면 너무 곤란해요.”
 
에버랜드를 방문한 장애인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에버랜드를 방문한 장애인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에버랜드는 왜 갑자기 장애인 탑승제도를 변경했을까?

에버랜드는 지난 4월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 탑승예약제도 시행 안내’ 공지를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우선탑승에서 제도가 바뀐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기존의 '장애인 우선탑승 제도'가 장애인 손님 간의 형평성 클레임, 비장애인 손님의 형평성 클레임을 이유로 제도 시행 당시의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됨으로써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어 당사는 본 제도의 개선을 위해 '장애인 제도개선 T/F'를 설치하여 2018년부터 약 2년간에 걸쳐 다각도로 개선안을 검토 하였습니다

먼저, 해외 대표적인 놀이공원들을 벤치마킹한 결과, 장애인에 대한 우선탑승제도가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비장애인과 구분하여 대한다는 시각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제의 관점으로 간주하고, 대다수의 놀이공원에서는 우선탑승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당사는 이와 같은 해외 놀이공원 사례를 반영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형평성, 장애 유형간의 형평성, 장애의 정도(중증, 경증)간의 형평성도 고려하여 기존 장애인 어트랙션 '우선탑승 제도'를 폐지하고, 어트랙션 이용 시 오랜 시간 대기가 힘든 장애의 정도가 심한(기존 1~3급) 지체·시각·정신적 장애인 손님을 대상으로 어트랙션 '탑승예약제도'를 5/18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기존 제도에 비해 좋아진 점으로는 ‘기존 우선탑승제도를 이용하셨던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께서는 이용 혜택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장시간 대기하기 힘든 장애 정도가 심한(기존 1~3급) 지체, 시각, 정신적 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위해 동반 가능 인원을 최대 3인까지 확대하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중증장애로 장시간 야외활동이 어려운 경우 기존과 같이 우선 탑승할 수는 없냐는 질문에는 ‘안타깝지만 불가하다’면서 ‘장애인 손님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편의시설(스카이크루즈, 스카이웨이, 휴먼스카이)은 기존과 동일하게 탑승 예약 없이 복지카드 제시 후 우선 탑승이 가능합니다’라고 했다.
 
에버랜드 탑승제도를 소개한 네이버 블로그 댓글.ⓒ네이버캡쳐에이블포토로 보기 에버랜드 탑승제도를 소개한 네이버 블로그 댓글.ⓒ네이버캡쳐
그럼에도 변경된 에버랜드 탑승제도에 대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발달장애아이들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제도이군요. 저도연간회원인데요 이젠 에버랜드도 빠이빠이 군요. 아직10개월이나 남았는데 놀이기구 입구에서 발길 돌리면 우리 애들은 통제가 안 되는데.‘

‘그동안 삼성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구나, 다른 곳에서 받지 못 하는 배려와 어쩌면 비장애인과의 역차별은 아닌가 하며 미안한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정도면 장애인은 오지 말라는 얘기네요. 그동안 유일하게 아이가 놀이기구 타는걸 즐거워해 1박2일 홈브리지에 묵어가며 놀았는데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사람이 많으면 1시간 기다려 하나타고 또 2시간 기다려 하나타고 과연 이것이 장애인을 위해 바꾼 제도 인가요. 우리발달장애 아이들이 잘 기다리는 아이인가요. 언제 어디로 튈지 또 자폐도 같이 있는 아이들은요.’


김 씨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에버랜드를 찾을 수 없지만, 앞으로도 방문이 힘들어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온갖 좋은 말로 변경된 제도를 설명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실상을 고려하지 못한 역행하는 제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이 놀이동산 즐길 권리를 빼앗는 것이며, 이동성 및 접근성을 고려하지 못한 제도입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놀이동산이 아닌, 비장애인들만 즐기는 놀이동산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누굴 위한 탑승예약제도 인가요?”

한편, 이 같은 지적에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관계자는 “기존 우선탑승제도는 혼자 장시간 서서 기다리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였는데, 실제 운행하다보니 현장근무자들이 일일이 대상을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씩 대상의 폭이 넓어졌다. 이에 성인 보호자 동반으로 제한했더니, ‘난 보호자가 필요 없다’는 민원들이 제기되며, 제도에 모순이 생겼다”면서 “본래 취지대로 개선하기 위해 몇 년간 고민했고, 장애인 관련 유관기관들과 협의한 결과”라고 제도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행된 지 두 달 정도 됐다. 아직 제도 정착 시기다 보니, 기존 우선탑승제도를 이용하셨던 분들이 불편하다고 컴플레인을 주시긴 한다”면서 “제도를 점점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