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마음에 해오던
휠체어농구를 포기한 후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면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지난해 아시아 제패에 기여한 만큼, ‘2016
리우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세계의 벽을 넘어 보겠습니다.”
국내 최초로 유럽리그에 진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휠체어농구 간판스타
김동현(남, 28세, 센터)의 목표다.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그의
휠체어농구 인생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하고 있던 선배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는데,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운동은 성격도 바꾸어 놓았다.
휠체어농구를 하기 전 ‘장애’를 숨기려고 했던 그가 선배들과 땀 흘리고, 어울리며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사회성이 좋아졌다.
그는
휠체어농구를 시작한 뒤 어린마음에 힘들어 포기, 2년 동안 손을 놓기도 했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고 중학교 2학년 때 농구공을 다시 잡았다.
“학생이지만 장래에 대한 고충이 있었죠. 성인이 됐을 때 운동으로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으면, 일을 병행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등등. 그렇지만
휠체어농구에 흠뻑 빠진 한 사람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 장애인스포츠 현실은 지금보다 더없이 척박했고, 국내 장애인스포츠 선수들은 실업팀의 부족으로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상황이었던 것을 보면 쉽지 않은 선택임이 분명했다.
이 같은 선택이 때론 고난의 단초가 되기도 했지만 사랑하는
휠체어농구를 계속하겠다는 굳은 신념을 지켜온 그에게 달콤한 결실을 가져다 줬다.
국내 유일의
휠체어농구팀 서울시청에 소속됐을 당시인 지난 2013년 이탈리아 세미프로리그에 진출,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은 것.
최초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은 2010년이었다. 이탈리아에 아무런 연고가 없고 의사소통이 문제될 것 같아 거절을 했지만,
산토 스테파노의 애정공세는 계속 됐다. 이듬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올림픽 예선전이 끝난 뒤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거의 모셔가다시피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
산토 스테파노에게서 다시 받은 러브콜이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럽
휠체어농구를 경험하고 성장해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리그 진출 시 걱정했던 의사소통이나 팀 적응 문제도 기우에 불과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서슴없이 도와주는 동료와 스텝들로 인해 불편 없이 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 그가 속한 팀은 세리에B에서 A로 승격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3월 14일부터 15일까지 치러진 유로파 리그3 예선전에서는 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그의 이탈리아 리그 경험은 세계무대에서 주목 받지 못한 한국
휠체어농구의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열린 세계
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8강에 올려놓는데 기여한 것은 물론 10월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두는데 보탬이 됐다.
이 같은 ‘승승장구’의 원동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12년 10월 결혼한 아내다. 이탈리아 리그 진출 제안을 받은 뒤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결혼 전 슬럼프가 왔을 때 이겨낼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
슬럼프는 지난 2011년 11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전, 일본과의 경기로 인해 비롯됐다.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로 결과는 1점차 패배. 자유투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예선전 탈락으로 장애인올림픽을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큰 충격과 좌절감에 빠져 운동에 집중하지 못했고, 살이 찌면서 몸이 둔해졌습니다. 이때 현재의 아내와 장인어른의 조언에 따라 다시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호된 슬럼프를 겪어서 일까? 이후 그에게 슬럼프는 찾아오지 않았다. 언제 올지 모르지만, 이겨낸 경험 때문인지 두려움은 없다. 그는 4년 전 장애인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한 한을 풀겠다는 각오 아래 ‘2016
리우장애인올림픽’의 림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직 세계를 상대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처럼 노력한다면 세계의 벽을 깰 수 있을 겁니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선수들과 많이 겨뤄보는 것이 어떤 연습보다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한편 그는 오는 5월 예정된 국내
휠체어농구리그 시범 운영 소식에 기대감과 함께 이탈리아 리그를 비교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리그 안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합니다. 유럽의 한 팀에서는
휠체어농구를 주제로 그림 그리기대회를 진행하고, 다음 경기에서 시상합니다. 이런 이벤트가
휠체어농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유럽
휠체어농구팀 마다 서포터즈가 있는데, 우리나라 리그에서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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