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먼저 받았다고, 활동지원 배제?현재
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에 따르면, 급여 신청자격을 ‘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노인 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여기서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65세 미만의
장애인이더라도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서비스를 받아온 경우,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된 ‘노인’이므로, 아예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배제하고 있는 것.
노인장기요양의 경우 하루 최대 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장애인활동지원은 최대 24시간까지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사건 당사자는 중증 근육병을 가진 50대 황 모 씨로, 함께 병원에 입원해있던 환자 동료를 통해
노인장기요양을 추천받아, 2010년부터 하루 4시간에 불과한
노인장기요양을 받아왔다. 당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절박한 마음으로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했지만,
노인장기요양을 먼저 받았단 이유로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당했다. 황씨는 광주지방법원에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 요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또 다른 사건 당사자인 중증
장애인 A씨 또한 2017년 장기요양 신청 후 1등급을 통보받은 후, 다음해 서비스 시간이 많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창원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급여선택권 부여 ‘NO’ “기본권 침해”신청인 측은
노인장기요양급여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는 급여 내용과 급여량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도 신청인에게 급여선택권을 부여하지 않고,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아온 경우 아예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배제, ‘국가재정확보나 행정적 편익을 위해
장애인의 생명권, 인간의 존엄, 자립적 생활의 관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신청인은
장애인의 정체성과, 노인성질환을 가진 환자로서 노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장애인으로서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을 먼저 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면서 "국가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걸러낼 수 있는데, 그런 판단을 전혀 하지 않고
노인장기요양 먼저 했으니까 못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참고인으로 자리한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2012년까지만 해도
노인장기요양과
활동지원의 급여량 차이가 없었는데,
장애인 화재사망 사건 이후 2013년부터 급여량을 월 170시간으로 갑자기 늘었다. 이후 수급량의 급격한 차이로 인해 지침을 개정하며 제도 간의 선택권을 없앴다"면서 "다른나라에서는 두 제도의 연계방안을 두거나, 장기요양서비스를 기초로 별도의
활동지원을 제공하는 경우 등이 있으며, 그 원칙은 연계가 수월하며, 당사자의 욕구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트렌드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이다. 한 달에 천만원 씩의
활동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나라라면, 좀 더 전향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장애인당사자의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청인 황씨는 직접 공개변론에 나서 “2005년 다발성경화증 확진을 받은 이후 7번의 재발로 중증장애가 왔다. 한동안 어떻게 하면 죽을까만 생각하다가 2014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스케치도 어렵고 하루 4시간 요양보호사가 오는 시간만 기다린다”면서 “작년에 더 이상 집에서 견디기 어려워서 시설에 들어가려고 했다. 나로 인해 파스를 붙이는 가족이나 친구, 요양보호사를 보면 물귀신이 된 것 같고, 할 짓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활동보조가 되면 제 주위 사람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짐을 덜어주고 싶다”면서 “
활동지원이 되면 누워있을 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도 메모할 수 있고, 한글 문서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씩 석양도 보러가고 싶다”고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재정 한계, 합리적 기준 마련 어려워”반면, 이해관계인
보건복지부 측은 '
노인장기요양급여는 보호의 연속성과 복지, 의료 통합에 중점을 둔 급여이고,
활동지원급여는 사회생활 참여에 중점을 둔 급여로 별개의 제도이며, 재원도 보험방식과 조세지원방식으로 다르다'면서 '재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입법자의 재량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법무공단 최상철 변호사는 “각 제도의 목적에 따라 사용 대상자를 정한 것으로 합리성이 인정된다”면서 “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재가급여를 받고 있고,
장애인수당,
장애인연금 등의 급여를 받고 있어 국가로부터 적어도 사회적 기본권의 최소한도의 보장을 받고 있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 약 3만명이
장애인활동지원으로 전환하게될 경우, 연간 6000억원, 5년간 3조4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며, 이는
장애인활동급여의 연간 재정 중 1/2 정도에 달하는 상당한 금액이라고도 강조했다.
참고인으로 자리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주희 부연구위원은 급여량 비형평성 문제는 제도 설계 시 예측하지 못했던 한계“라면서 ”급여량 형평성을 위해 제도 선택권을 부여하고자 한다면 기존 65세 이전에 장애가 발생 후
활동지원을 이용하셨던 분, 65세 이전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활동지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노인성 질환으로 노인장기를 이용하셨던 분 등 5가지 그룹의 모든 집단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재정 문제다. 선택권을 부여했을 때 재정이 어느정도 소요되는지 파악해야 하고, 파악된 재정을 현실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제한된 재정으로 어떤 집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합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한데, 현재로 봤을 때 그것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만약 65세 이후 장애가 발생해 장애등록을 하신 분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급여량이 많은
활동지원을 당연히 선택하게 될 것이고, 장기요양제도가 붕괴되는 사태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변론과 참고인 진술을 참고해 기일을 정해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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