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보험방식 시범사업 추진에 반발 거세 장애인계, 전문가 이구동성으로 노인방식 거부 오는 7월부터 시작하는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에 '노인요양보험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을 두고 장애인들과 전문가들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어 장애인장기요양보장제도 시범사업 추진계획에 대해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추진하되, 국회 부대결의를 존중해 장애인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장애인장기요양시범사업추진단 민간간사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실장이 소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방안’(활동보조방식)과 ‘노인요양보험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안’(노인요양방식)을 비교·평가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시범사업 이후 두 가지 방안 중 최적의 방안을 찾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지역 등 지역별 안배를 통해 전국 5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되, 활동보조방식은 4개 지역에서, 노인요양방식은 1개 지역에서 실시한다. 이 소식을 먼저 전해들은 ‘장애인 사회서비스 권리확보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공청회가 개최되기 직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인요양보험 방식의 기만적인 시범사업 실시를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측은 “노인요양보험 방식은 말 그대로 노인요양방식의 문제점을 그대로 장애인장기요양제도에 이식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며 “그것은 현행 활동보조사업의 개선은커녕 모든 것을 악화시키는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대재앙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학계 전문가와 장애인계 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노인요양방식 시범사업 추진계획에 대해 깊은 우려의 뜻을 표했다. 가톨릭대 오혜경(사회복지학) 교수는 “장애인과 노인은 욕구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고, 서비스 기간도 다르다”며 “장애인의 장기요양은 요양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생활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반대의 뜻을 전했다. 서울여대 최혜지(사회복지학) 교수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고 아직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고 정착이 되지 않은 제도인데 너무나 성질이 다른 장애인과 통합해서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공통분모는 요양밖에 없는 두 제도를 통합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하고, 현실적인 것인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실 이광원 보좌관도 장애인과 노인이 다른 특징을 설명하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통과시 부대결의 내용을 잘 읽어보면 굳이 노인요양방식으로 시범사업을 하지 않고,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박종성 회장과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지역사회복지팀 임경억 팀장도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경기도청 노완호 장애인복지과장만 활동보조방식과 노인요양방식의 시범사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노 과장은 "복지전달체계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어 자원의 낭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노인복지 업무를 6년 했고, 장애인 복지도 3년 이상한 입장에서 볼 때 노인요양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안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실장은 "국회에서 장기요양보험에 장애인을 포함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논의하다가 부대결의를 통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안도 시범사업에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 실장은 "활동보조방식에 비중을 두어 추진하고, 노인요양방식은 하나만 포함했다"며 "두 가지 방안의 시범사업을 통해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바람직한게 무엇인지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변 실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정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방청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노인요양방식 시범사업을 거부하는 장애인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질의에 나선 이들 중에서 노인요양방식 시범사업을 선호한다고 밝힌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사회자로 참석한 서울대 조흥식 교수가 나서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가는 것이 장애인장기요양보장추진단의 공식의견이었다. 부대결의에 따라 일단 노인요양방식을 포함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이후 추진단의 의견과 여러분들의 의견을 담아 최종안을 만들 것"이라며 "말 그대로 시범이라고 생각하고 오해를 풀어 달라"고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한 방청객은 “그러면 결국 추진계획대로 노인요양방식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조 교수의 결론에 항의했고, 이어 “6월 안에 추진단 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서 노인요양방식 시범사업은 배제해야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자 그제야 조 교수는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인사에 나선 복지부 고경석 장애인정책국장은 "복지부는 추진단을 구성해서 많은 전문가와 장애인과 함께 장기요양 틀을 논의해왔다. 오늘 그 결과를 발표하지만 이견이 많을 것“이라며 ”지금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고, 앞으로 제도를 완성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의견 수렴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노인요양방식 시범사업이 포함된 것이 쟁점이 됐지만,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시범사업 추진의 필요성 ▲케어 매니지먼트가 도입돼야할 필요성 ▲사회보험방식이 아니라 조세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해야할 필요성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