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드리고 自立희망 얻었어요"…多문화가정 큰 보탬
문호 넓힌 희망근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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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많이 드셨어요?" 베트남 출신의 누엔티 녹빛(26·여)씨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고모(84)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자리에 누워있던 할머니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돌았다. 녹빛씨는 걸레를 빨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청소용 솔로 화장실 변기를 문지르고 수세미로 세면대를 닦았다. 물을 끼얹으며 몇 번의 손놀림이 지나가자 때에 찌든 화장실이 이내 반들반들 윤이 났다.
15일 오전 대구 달서구 신당동 한 영구임대아파트. 녹빛씨와 3명의 중년 여성이 고씨 할머니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돕는 가정클린 도우미들. 지난달부터 시작한 희망근로 사업으로 하루 평균 3, 4가구를 방문해 청소와 가사를 돕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 사업에 참가한 결혼 이주여성들이다. 달서구의 경우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주민 30명(여성 28명·남성 2명)이 희망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외국인 상담센터 등 다문화 관련 시설과 저소득층 가정클린 도우미, 사회복지시설 등에 투입돼 활동 중이다.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 저소득층 주민들은 복지서비스를 받고,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생계에 보탬이 되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녹빛씨는 지난달 받은 첫 월급으로 베트남에서 방문한 친정어머니에게 선풍기와 옷가지 등을 선물했다. 남은 5개월간 차곡차곡 돈을 모으면 올 연말쯤 베트남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녹빛씨는 "할머니도 돕고 아직 서툰 한국어도 익히고 돈도 벌 수 있어 힘든 줄 모른다"며 웃었다.
후인쭉리(20·여·베트남)씨는 최근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지난달 10일 백모(71)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집안의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하루종일 가재도구 정리와 청소에 매달렸다. 며칠 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손수 동주민센터를 찾아와 '자기 집처럼 청소해줘서 고맙다'며 음료수를 건네고 돌아갔다.
다문화가정에 희망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생활고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결혼 이주여성들도 자립의 기회를 얻고 있다. 중국 출신의 A(38·여)씨도 희망근로 사업을 통해 숨통을 텄다. 다문화관련 시설에서 상담을 돕고 통역을 지원하고 있는 A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11월 이주여성 쉼터로 거처를 옮겼다. A씨는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 희망근로사업에 지원했고, 요즘 들어 삶의 희망을 얻고 있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 번 돈은 모두 저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경우 생활고 때문에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홀몸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주기적인 방문을 통해 심리적인 위안을 받고, 다문화 여성들은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수입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출 처 : 매일신문(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