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종합조사표 개선 ‘난관’
복지부, 데이터 산출 후 수정…장애계 또 혹평
“현재 예산 등급제 폐지 꽝”,“정책 협조 안 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1-15 17:45:02
보건복지부가 내년 등급제
폐지 이후 적용할 서비스
종합조사표 개선 계획을 조심스럽게 밝혔지만, 결론적으로는 달라진 것이 하나 없는 소극적인 내용에 장애계 혹평만 되풀이됐다.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한 이후 수정하겠다는 복지부의 발표에 “조사표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복지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이어지며
종합조사표 개선 계획이 난관에 봉착, 복지부의 고민만 더 깊어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서비스종합조사도구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3월 내년
폐지를 앞둔 ‘장애인등급제’의 추진 방향과 민간협의체 논의 경과를 처음으로 장애계에 공개했다.
‘
장애등급제 폐지’는 현재 의료적 기준을 적용해 1~6급으로 나눈 총 79개 서비스 방식에서, 장애등급을 대신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 장애인의
욕구와 주거환경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새로운 기준은 서비스별로 ▲장애 정도 활용 ▲종합조사 결과 활용 ▲별도기준 마련으로 분류된다.
당시 복지부는 내년 7월 활동지원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 응급안전서비스 등 4개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지원을 평가하기 위해 총 37개 지표, 총 596점의 돌봄 지원 종합조사도구(표) ‘서비스 필요도 평가’ 내용을 공개했지만, 다양한 장애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혹평만 받았다.
이에 많은 장애인단체와 만나 충분한 의견을 듣고,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자리한 장애인정책과
정순길 서기관은 “최근 들어서 국정감사, 예산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장애인분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많은 부족함을 느낀다”면서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 진행 상황과 고민 부분을 공유했다.
먼저 법 개정 관련, 지난해 장애인복지법 이후 하위법령 개정을 진행 중이다. 시행규칙에는 장애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서비스종합도구의 세부적인 사항을 반영됐으며,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 중이다. 이후 12월 초, 시행령 공포를 통해서 관계부처 법령의 약 45개 정도 시행규칙이 개정될 예정이다.
예산 관련해서는 “내년 장애인정책국 예산이 올해보다 5000억원 올린 2조 7000억원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주로 활동 지원 대상자 증가, 단가 인상 등이 반영됐다”면서 “국회 논의 고정에서 장애인단체에서 요구하셨던 부분들이 4000억원 정도 반영돼 3조 1000억원이 상임위 의결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예산을 4000억원 올린다는 것은 반가운데, 사실상 자동증가분이다, 10원짜리 예산 올리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할 수 있겠냐”면서 “
종합조사표로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은 하루 최대 16.84시간이다, 왜 24시간으로 구성하지 않았느냐. 장애인연금도 3급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장애계 혹평을 받았던 서비스
종합조사표 관련해서도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해 질타만 받았다.
정 서기관은 “토론회 이후 내부적으로 실무진,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장애계로부터 자문도 받았다”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놨다.
정 서기관은 “일부 단체에서는 모의적용하면서
종합조사표 부분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주셨는데, 현장조사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 어떻게
종합조사표가 작용하는지 데이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실제 활동지원 신규 신청 대상자를 대상으로 인정조사와
종합조사표를 병행해 진행 중이며,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해 조사표 항목 개선을 다시 한번 검토할 예정이다.
정 서기관은 “데이터가 정확하다면, 그 자료를 갖고
종합조사표를 수정하는 부분은 단시일 내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사표를 수정해도 기본적으로 모든 장애
욕구를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판단, 종합조사 이후 수급자격심의위원회에 급여량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정 서기관은 “인정조사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축적돼있다. 위원회에 재량권을 확대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이어 정 서기관은 “조사표를 없애고 원하는 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계의 방향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공감한다. 하지만 과도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면서 “개량된 조사표를 통해 사정체계를 마련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질적 평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한국
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은 구체적인
종합조사표를 내놓지 않는다면 복지부 등급제
폐지 정책에 협조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 팀장은 “
종합조사표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 한지 3개월이 지났고, 토론회를 한지 2개월이 넘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수정하겠다는 건지, 시간이 흘러가서 시행시기가 돼서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이 자리가 장애계가 아닌,
오제세 의원실에서 주최했기 때문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의 과정,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되고 어떤 결과를 내렸는지 제시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팀장은 “우리는
종합조사표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복지부 정책에 협조할 수 없다. 그 이후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는 인지하셔야 한다”면서 “감각성 장애가 전혀 배제된
종합조사표를 당장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윤선희 사무총장과 한국농아인협회 김수연 부장도 각각 정신, 청각장애인에 맞춘 유형별
종합조사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윤선희 사무총장은 “정신장애인은 신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고 인지기능 자체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대처하는 법이 어렵다”면서 “사회활동 영역에 ‘사회적 관계 철회’, ‘만성적 무기력’, ‘여가 및 관심의 추구’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부장은 “청각장애인은 활동지원제도에 준하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종합조사표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지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박혜경 상임대표는 "토론회 이후 조사표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때와 같은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셨다. 정부가 변할 생각을 안 하는데 우리가 말한다고 해도 먹힐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있는 조사표를 짜 맞추기를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조사표를 없애고, 다시 새롭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장애계 혹평에
정순길 서기관은 "장애인단체의 여러 지적을 해소할 수 있는 속 시원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복지부의 책임이 크다. 뚜렷한 대안없이 문제점들만 지적되어 토론회 분위기가 무거운 것 같다"며 "
종합조사표는 예산 크기의 제약을 받고 있다. 누가 더 상대적으로 지원이 필요한지, 그동안 혜택을 받지 못했던 사람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주신 지적은 모두 담기는 어렵다. 한 장애유형만 별도 조사표를 만들기 쉽지 않다”면서도 “주시는 의견들은 실무적으로 검토한 후 정리해서 설명하는 자리를 반드시 갖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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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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