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애인체육 새로운 이정표 세우다
평창패럴림픽 훈풍 발판, 장애인AG에서 절정
최초 공동입장, 일부종목 단일팀 참가 메달 획득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2-11 11:44:45
[2018년 결산]-① 남북 장애인체육 교류
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끝자락에 서서 장애인계를 뒤돌아 볼 때 드는 생각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청와대 삼보일배 행진, 대규모 삭발투쟁 등 대정부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이 결과 청와대가 9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 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 장애등급제 폐지의 상황도 녹녹하지는 않다. 장애등급을 대신할 종합조사표에 깊은 우려가 제기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특정 장애유형의 서비스가 대폭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해서는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가족허용 등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무엇보다 주목될만한 키워드는 장애인 공익소송이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신안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에버랜드 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거부 소송에 관해 2심 재판부가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이 1980년대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밝히는 것은 물론, 문무일 검찰 총장이 피해자와 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한 것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첫 번째는 남북 장애인체육이다. 지난해 조성된
남북 화해분위기는 훈풍을 타고 올해 장애인체육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실을 맺었다.
먼저 북측이 지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일대에서 개최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에 자국 선수단을 최초로 파견해 평화패럴림픽의 의미를 더했다.
북측은 2012년 런던하계패럴림픽대회, 2016 리우하계패럴림픽대회에 참가한 바 있지만,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출전한 것은 평창대회가 처음이다. 평창패럴림픽대회에 출전한 북측 선수단은 마유철·김정현 선수 등 22명이었다.
한반도기 독도 표기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패럴림픽 사상 최초의 개회식
남북공동입장은 무산됐지만, 성화봉송에 남측 국가대표 최보규와 북측 국가대표 마유철(노르딕스키)이 함께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앤드류 파슨스 위원장은 “
남북 선수가 성화를 함께 봉송한 장면은 전 세계에 강력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회 결과 한국의 신의현은 크로스컨트리 7.5km 남자좌식 종목에 출전, 22분 28초4를 기록해 동계패럴림픽 출전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애인아이스하키에서도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고, 신의현의 추가 동메달을 합해 총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성적인 종합 16위에 올랐다.
북측 마유철과 김정현의 성적은 안타깝게도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첫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완주를 한데 의미가 있었다. 특히 관중들이 마유철·김정현의 경기에 참관해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패럴림픽 폐막 이튿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 선수단의 참가로 평화올림픽·평화패럴림픽을 이뤄내며 전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 길이 열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의 훈훈한 교류 분위기는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2018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 더욱 무르익었다.
특히 남과 북의 선수단이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출전 사상 최초로 공동입장을 해 장애인체육 역사의 한 페이지에 획을 그었다.
남측의 휠체어펜싱 김선미가 북측의 심승혁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심승혁은 흰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남북이 하나됨을 아시아 각국의 선수단에게 알린 것은 이번 대회 최고의 백미였다.
더욱이
남북이 대회출전 사상 최초로 수영과 탁구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는 ‘새역사’를 쓰기도 했다. 대회에 앞서 남과 북이 중국 베이징에서 합동훈련을 하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단일팀 구성이 사전에 감지되기도 했다.
남북 수영 단일팀 ‘코리아’는 남자 혼계영 400m 34P, 계영 400m 34P(남측 전형우·김세훈·권용화·권현, 북측 정국성·심승혁) 두 이벤트에 출전했고, 이 가운데 계영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최초’ 수식어도 함께 목에 걸었다.
남북 탁구단일팀 코리아(남측 이세호·박홍규, 북측 김영록, TT6-7)는 단체전에서 3승 1패의 기록으로 승점 7점을 획득,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르면서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대회결과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53개, 은메달 45개, 동메달 47개를 획득해 종합 2위에 올랐고, 북측은 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해 공동 34위에 머물러야 했다.
남북 장애인체육은 평창동계패럴림픽과
인도네시아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을 통해 돈독한 상호신뢰관계를 만들어냈다. 남은과제는 지속적인 교류를 하면서 지금의 분위기를 도쿄패럴림픽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남북 장애인체육 대표단의 상호방문을 정례화 하거나 북측의 장애인체육 꿈나무를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으로 초대해 강습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실무 기관인 장애인체육회의 실행 의지다.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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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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