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 휴게시간 시행, 현장은 ‘혼란’
“대책없이 적용 불가” 일부 장애인·제공기관 거부
지자체 자체 유예까지…복지부 “자율준수 원칙”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1-10 17:38:45
“장애인 누구 한 명 죽지 않고서는 정책이 절대 안 바뀔 것 같아요. 근데 그렇게 또 허망하게 친구들을 보내고 싶지 않아요.”지체·뇌병변장애 1급인 이광섭 씨(48세, 남)가
장애인활동지원 휴게시간 문제를 토로하다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달 말 6개월 간의 계도시간이 종료된 후 본격 시행에 들어간
장애인활동지원사
휴게시간을 두고, 그는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지난 3월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사회복지사업이 제외됨에 따라,
활동지원사에게 4시간 근로 도중 30분, 8시간 근로 도중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바로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에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휴게시간을 적용토록 한 상태.
활동지원 휴게시간 문제는 본지에서도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고, 당사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전달했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정부에 이 씨는 또다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이 씨는 이달부터 적용된
휴게시간을 받아들일 수 없어, 법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
휴게시간은
장애인 활동지원 특성상 절대 맞지 않는 정책이에요. 나 같은 사람은 목숨이 걸려있어요.
제공기관에서
휴게시간에 대해 말하길래 ‘못하겠다’고 했어요. 한 시간 빠지는 거 누굴 보내주든지 해야죠. 법을 무시할 수밖에요.”
이광섭 씨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중증 독거
장애인으로 총 83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받고 있다. 총 2명의
활동지원사는 그의 신변처리부터 목욕, 식사 도움, 이동 보조 등을 돕는다.
하루 24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어 법대로 하면 그는 하루 총 3시간의
휴게시간을
활동지원사에게 부여해야 한다. 한 달로 치면 약 90시간이나 된다. 그는
복지부가 따로
대책을 마련한 고위험군
장애인도 아니므로, ‘알아서’
휴게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그의
활동지원사는 “손, 발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식사 도움부터 사회활동 등을 돕는다.
휴게시간으로 잠시라도 자리를 비운다면 밥도 못 먹는 상태다.
휴게시간 적용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많은
활동지원사를 만나 이
휴게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고 했다. “
활동지원 특성상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하고 하니 일반 노동자처럼
휴게시간 자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휴게시간 동안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니니까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이
휴게시간 자체를 싫어하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정부에도 전화를 걸어봤지만, 뚜렷하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어요. 정부에서 너무 성의 없어요. 나 같은 사람들은 어찌 살라는 말인가요?”
이 씨는 답답해진 마음에 국회, 청와대를 찾아가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 제외를 호소할 예정이다.
“정부에게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어요. 활동지원사를 예외직업으로 두는 식의 법 개정이 더 빠를 것 같아요. 저 혼자라도 대통령을 찾아가 봐야 해야 할 것 같아요. 목소리를 계속 내줘야 해요.” 활동지원 휴게시간 시행으로 인한 혼란은 이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활동지원 현장, 지자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휴게시간 관련 정부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기관들은
휴게시간을 부여한다며 단말기를 끊음으로써 사실상 무급 노동을 초래하는 반면,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기관들도 상당수다.
모 기관의 경우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구체적인
활동지원사
휴게시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강제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기 어렵다. 국가와 지자체가
휴게시간 문제를 책임지고 풀어가야 한다’며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활동지원 수급자 540명이 거주하는 경기 평택시의 경우, 당장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이 어려워 지난 한 주간
휴게시간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계도기간 이후 정부의 세부지침 없이
휴게시간을 시행하기가 난감해 한 주를 유예했다. 몇 개 시군도 같은 사정일 것”이라며 “법이니까 일단 시행은 하고, 세부지침이 내려올 때까지는
복지부에 질의응답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
활동지원사노동조합(지원사노조)에서도 “쉬지도 못하면서 쉬는 척 해야 하는
활동지원사 선생님들, 얼마나 억울하십니까?”라며 고용노동부와 보건
복지부에 항의 전화를 독려하고 있다.
지원사노조 고미숙 조직국장은 “
휴게시간 문제로
활동지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단말기를 끄고 쉬라고 하는 곳도 무급노동을 강요하는 곳도 제각각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휴게시간을 적용할 수 없다며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곳도 많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발표하라고 항의전화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에서는
휴게시간 저축제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원실과 소통하고 있다. 법 개정을 준비하며 활동계획도 논의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복지부는 “세부지침은 없고, 우선 현장에서의 자율준수가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
복지부 자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하기는 힘들다. 일단 현장에서 지켜줘야 하는 부분이 크다. 특히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중요한 현안이 있어서
휴게시간 관련
대책은 딱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가적으로 본다면, 체육활동 등 새로운 전문인력이 들어오는
활동지원 신규서비스를 도입하는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한국
장애인개발원에서 연구 중이며, 이후 제도적 부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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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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