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핑계로 활동지원사 탄압, 2심도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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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핑계로 활동지원사 탄압, 2심도 유죄

최고관리자 0 2,440 2021.04.30 17:25

수가 핑계로 활동지원사 탄압, 2심도 유죄

법원, “처벌 피하기 위한 임금포기 합의서 무효”

300만원 벌금형 선고…"노동자 권리 지키는 싸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4-30 15:44:28

‘최저임금 못 벗어나는 신세, 그마저 위태롭다. 활동지원사의 임금 법으로 보장하라’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최저임금 못 벗어나는 신세, 그마저 위태롭다. 활동지원사의 임금 법으로 보장하라’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에이블뉴스DB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부당한 임금포기 합의서에 서명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활동지원기관 전 대표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부지방법원 제 4-2 형사부(재판장 김용두)는 지난 8일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정부복지재단 전 대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판결했다.
 
기관이 활동지원사에게 요구한 확인서.ⓒ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기관이 활동지원사에게 요구한 확인서.ⓒ에이블뉴스DB
■부당한 임금포기 합의서 내밀고 압력, “유죄”

해당 기관은 소속 활동지원사들을 상대로 2016년 8월부터 “금품채권(근로기준법상의 법정제수당)의 부족액에 대해 민형사적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며, 기관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임금포기 합의서를 내밀고, 서명을 강요했다.

당시 활동지원사들은 임금 및 각종 수당이 산정되기 전 합의서에 서명해, 자신들이 포기하게 되는 임금이나 수당이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다. 그저 불이익 당할까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서명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7년 7월, 당시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의정부지회가 창립된 후, 지회장과 조합원 4명이 서명을 거부하며 저항했다. 그러자 기관은 조합원들의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고, 이들을 지지하는 이용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지원사노조는 활동지원사업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의정부시와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넣어 중개기관의 부당한 행동을 중지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모두 ‘노동부에 가서 해결하라’고 하면서 문제해결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이에 지원사노조는 2017년 11월 의정부복지재단을 근로기준법위반 및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9년 6월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으나, 의정부지방법원은 정식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방법원은 재단 대표 A에게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017년 11월 7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 의정부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시와 정부를 향해 규탄했다.ⓒ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2017년 11월 7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활동지원사지부)이 의정부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시와 정부를 향해 규탄했다.ⓒ에이블뉴스DB
■"모든건 수가 탓“ 호소에도 ‘유죄’ 확정

유죄를 선고받은 A씨는 즉각 항소하며, 법정싸움을 이어나갔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모든 건 정부의 수가 탓이고, 선생님들의 이해를 좀 더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 선처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항소심의 판결은 1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합의서에 따른 임금채권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위반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 근로자들이 임금채권포기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신들이 포기하게 되는 임금이나 수당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채 형식적으로 서명했다”면서 “서명을 하지 않을 경우 단시간 근로자의 지위로 전환돼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이 예정되었던 점 등으로 합의서가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처벌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합의서 작성을 이용한 것으로 임금 미지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합의서 작성 거부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므로, 합의서 작성 거부를 이유로 노동시간을 제한한 것은 노조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아울러 피고가 벌금 300만원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1심이 이미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특성과 현실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벌금형과 그 액수를 정했다”며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A씨는 2심 판결 이후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지원사노조는 “낮은 수가를 핑계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거나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장애인활동지원 현장에 경종이 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표했다.

이어 “노동자가 권리를 지키는 싸움에서 사용자의 고소고발, 결론의 지연 등 전형적인 노조탄압의 모습을 보이는 사용자에 대해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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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