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수상작 연재-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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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수상작 연재-⑥

0 2,299 2016.12.19 10:11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황화성)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9월 ‘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43건의 수기가 접수됐으며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12월 중 수상작 전편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일반형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인생을 바꾼 새로운 시작’이다.

인생을 바꾼 새로운 시작
송영혜(경기도 양평군)


저는 오른손에 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입니다. 신생아 때부터 갖고 있던 장애라 유년시절에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몸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고, 그때부터 학교생활에 움츠러들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뒤로 숨으려고만 하면서 자존감과 사교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 친구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 입학을 앞두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중증장애인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학진학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저처럼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야 말로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일할 기대감에 대학 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2년간의 대학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했지만 제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복지관, 협회, 지역아동센터, 일반기업체 등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으면 서류심사는 무난하게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러 가면 “한 손이 불편하면 일을 하는데 큰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학 동기들은 하나둘씩 취업을 했고, 그럴수록 저는 열등감과 패배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1년 가까이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장애에 대한 부끄러움도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 다시 사람들 앞에 서길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렇게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던 제게 지인 분께서 군청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장애인 행정도우미)에 지원해 볼 생각이 없냐며, 서류만 작성하면 대신 제출까지 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레 겁먹고 두려운 마음에 거절하였지만, 계속 이렇게 아버지 그늘 아래에서 평생을 살아 갈 순 없다는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원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고, 저는 불합격이라 생각하고 또 다시 좌절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바로 군청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합격자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제 이름이 누락이 됐다며, 지금 당장 준비하고 출근을 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당황했고,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정신없는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허둥대며 준비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납니다.

처음 일을 시작 했을 때는 일이 낯설고 익숙지가 않아서 많이 허둥대기도 하고,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있던 상태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일에 적응하다 보니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성격 또한 밝아져 주무관님들과의 사이도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한 손으로 치는 타자 속도가 100타에서 200타를 넘어섰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적응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군청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분들의 칭찬과 격려덕분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새로운 팀으로 이동하면서 만난 주무관입니다. 신규로 임용되어 이곳 군청에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업무능력도 뛰어났고, 제가 새로운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분도 장애를 갖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그 분을 통해 장애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언니처럼 본인의 경험담을 말씀해 주시며 저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주셨고, 그로 인해 저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듬해 저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장애인 행정도우미’로 시작했던 일이 ‘장애인 전담지원 행정도우미’로 바뀌면서, 그동안 보조에 불과했던 제게도 담당업무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주도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책임감을 느꼈고, 제 일에 대한 자부심도 더욱 커졌습니다.

졸업 후 취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숱한 실패를 겪으며 저는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비로소 저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또 제 업무가 늘어나면서 욕심도 생겨, 더 많은 복지 업무를 맡아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즐거웠던 일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걸 보면 역시나 사회복지는 제 적성에 맞는 일인가 봅니다. 처음에는 단순 보조로 시작했지만, 많은 주무관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저도 더 이상 보조가 아닌 직접적으로 어려운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겁먹고 지원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아직까지도 현실 탓만 하며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집에만 있던 제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다가와주시고,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주신 팀장님과 주무관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회복지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비록 몇 번의 실패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신 주무관처럼, 저 또한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희망을 보여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안 된다고 바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도전해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이 자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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