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반대하는 피켓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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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 반대하는 피켓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0 2,148 2015.11.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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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남연 페이스북)

 


"'분리'와 '격리'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통합'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아이의 스펙을 위한 장애인 봉사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어울림'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한 고등학생이 거리에 붙인 한 장의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 편지가 붙은 곳은 동대문구 제기동의 성일중학교 인근. 이곳은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센터(커리어월드)를 설치하기로 한 곳이다. 그러나 교육청이 공사 착공을 발표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성일중학교 내 장애인직업센터 설립반대위원회'를 결성하고 그동안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은 "일일 최대 90명 정원의 발달장애인은 통제 불가능"하다거나, "인근 초등학교와 국공립 어린이집, 어린이 놀이터 등 아이들의 쉴 곳이 위험에 처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발달장애인이 다른 비장애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장애인부모단체들은 주민들의 이러한 반대 움직임이 대표적인 님비현상이라고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으나,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심지어 이달 2일에 열린 6차 주민설명회에서는 무릎을 꿇고 커리어월드 설치를 호소하는 장애인부모들과 '결사 반대'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주민 100여명이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조희연 교육감과 반대 주민들의 끝장토론이 열린 지난 12일에는 이 지역 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서 분위기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런 지역 분위기를 두고 편지를 쓴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주민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같은 학급에 지적 장애인 친구가 있었습니다"며 "그 친구는 정신병자나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들이 살아가기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라며 "혐오시설로 생각되는 장애인 시설들, 장애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 전체 장애인 중에서 선천적 장애인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비장애인인 자녀들 혹은 성인들 모두 잠재적 장애인입니다"라고 주민들이 장애인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언제나 나, 혹은 자신의 가족, 친구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라며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함께하며 이를 깨달아야 합니다"라고 발달장애인 직업능력개발센터 설치를 반대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이 편지가 붙은 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린 김남연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어른보다 나은 학생의 글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래도 세상에 '희망'은 있다고,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쳐본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래는 이 학생이 쓴 편지의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종암초등학교 졸업생입니다.



얼마 전에 장애인직업시설을 반대하는 피켓을 보며 저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종암초등학교에서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저희 학생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여러 편견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같은 학급에 지적 장애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신병자나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승가원에 다니는 후배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타인을 돕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모두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인격체이며 따라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들이 살아가기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혐오시설로 생각되는 장애인 시설들,
장애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
전체 장애인 중에서 선천적 장애인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비장애인인 자녀들 혹은 성인들 모두 잠재적 장애인입니다.



저는 무섭습니다.
만일 내가 낳을 아이가, 혹은 내 친구가 낳을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분리'와 '격리'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통합'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아이의 스펙을 위한 장애인 봉사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어울림'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언제나 나, 혹은 자신의 가족, 친구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함께하며 이를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갑시다. 감사합니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