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장애인노동자 처우 열악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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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 장애인노동자 처우 열악 현주소

최고관리자 0 3,120 2021.01.07 09:27

사기업 장애인노동자 처우 열악 현주소

편의시설 요청 거부, 근로지원인 ‘금시초문’

민주노총, “평등한 노동권 보장” 가이드라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1-06 13:37:23

2018년 1월 1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노동권 확보 궐기대회 모습.ⓒ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2018년 1월 1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노동권 확보 궐기대회 모습.ⓒ에이블뉴스DB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장애인 노동자가 회사 측에 편의시설을 요청했지만, ‘소수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며 거절당하고, 단순 업무로 임금 격차나 승진‧승급 체계가 아예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주노총 장애인 조합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7월부터 8월 15일까지 총 123개 노조 단위 대상 설문조사와 장애인 조합원 27명이 면접을 통한 ‘장애인조합원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123개 노조 단위 중 사업장에 장애인 노동자가 있다고 대답한 단위는 98개다.
 
사업장 내 장애인의무고용 준수 여부.ⓒ민주노총에이블포토로 보기 사업장 내 장애인의무고용 준수 여부.ⓒ민주노총
■49.6%만 장애인의무고용 준수

먼저 노조를 대상으로 장애인의무고용을 사업장에서 준수하는지 여부를 물었더니, 49.6%인 약 절반정도만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17.4%는 준수하지 않았고, 3분의 1인 33.1%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노조 간부들 사이에서도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장애인노조에 가입했다는 응답률은 81.4%였다. 산별로 보면 장애인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포괄하는 공무원노조나 금속노조는 각각 92.6%, 100%로 높았지만, 대학(57.1%)과 금융·병원 등 기타부문(63.2%)은 장애인 노동자가 사업장에 있어도 노조 조합원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이는 사업장 고유의 업무가 아닌, 주변 업무의 비정규직으로 장애인의무고용을 채우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사업장의 장애인 노동자들 유형은 지체장애가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며, 이어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순이었다. 공무원이 그나마 가장 다양한 장애유형을 포괄했으며, 주로 공장 생산직인 금속 부문에서는 청각장애인 고용이 많았다.

실제 장애유형에 따라 직종 선택지도 제한됐다. 경증의 경우 대체로 다양한 유형의 업무를 할 수 있는 반면, 중증 지체인 경우 컴퓨터와 전화 등을 사용해 일하는 사무직이나 상담 등의 직종에서 일했다. 청각장애인은 대인 관련 서비스직이나 전화 통화가 많이 필요한 사무직에서 거의 일하지 못하는 대신 생산직 등 육체적 노동에 집중됐다.

■사기업 장애인노동자들 “편의제공 몰라”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는 데 차별은 없을까?

우선 회사 내 편의제공을 보면, 공무원이나 공공시설은 시설‧제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편의제공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사기업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편의제공 의무가 이뤄지는 것이 극히 드물었다.

현장 조사 중 만난 사기업의 장애인 노동자들은 ‘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편의제공’이라는 말 자체를 잘 납득하지 못하고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편의제공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엿보였다.

실제 장애인조합원 면접조사에 참여한 27명 중 공무원과 공공기관 정규직을 제외한 24명은 근로지원인 서비스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각장애인 반장 못해” 차별 인지 NO

응답자들은 회사에서 임금이나 승진 등에서의 차별은 없다고 답했는데, 이는 장애인 노동자가 하는 일이 단순 업무로 임금 격차나 승진‧승급 체계가 아예 없어 차별할 거리 자체가 없거나, 장애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공장 생산직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조합원 14명은 “10년, 20년 지나도 일반 사원이다. (비장애인과)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조장이나 반장을 할 수 없다”면서도 이를 차별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건물 복도나 사무실 어디에도 바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항상 위험하다. 장애인 화장실도 건물 1층 한 군데 밖에 없다. 나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같이 일하는 장애인 동료 한 분은 혼자서 일어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화장실에 갔는데 일어나지를 못해서 핸드폰 문자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안전바만 설치되어 있어도 방지할 수 있는 일인데 설치를 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을 제외한 사기업에서 장애인 직원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찾기 어려웠다. 특히 한 시각장애인은 사업장 내 점자블록 설치가 절실하다는 점을 이야기 했지만, 사측에서는 소수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간부들조차 36.9%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모른다고 답했으며, 단체협상에서 장애인 노동자와 관련한 내용을 다룬 노조는 20.7%로 저조했다
 
장애인 노동자 권리보장 단체협약 가이드.ⓒ민주노총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 노동자 권리보장 단체협약 가이드.ⓒ민주노총
■“장애인 평등한 노동권 보장” 가이드라인 제시

이에 민주노총은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장애인의 평등한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단체협약에 꼭 포함해야 할 것과 노동조합 활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선 단체협약에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채용’ 관련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채용 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 금지 등을, ‘차별금지’ 관련 ▲장애로 인해 승진, 승급, 성과평가 차별금지 ▲장애를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장애를 이유로 충분히 가능한 업무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등을 제시했다.

또한 ‘장애인노동자 업무지원’ 관련 ▲장애유형에 맞는 업무지원 ▲모든 곳에 이동권 보장 ▲업무방식에 대한 합의 등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관련 ▲장애유형에 맞는 안전장치 마련과 유급휴가 보장, ‘존중’ 관련 ▲장애를 이유로 한 괴롭힘 금지와 장애인 인권교육, 고충처리 기구 마련 등을 담았다.

아울러 노조 자체적으로 장애인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실태 파악과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전체가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인식교육, 노조 활동 참여를 위한 편의 제공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노동권 보장을 위해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노력 필요 ▲중증장애인 적합한 일자리 필요성 제기 ▲장애인 노동권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 마련 및 관리감독 ▲장애인노동자 안전 관련 기준 마련 ▲장애인권 교육 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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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