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청와대 분수대 앞. ‘가짜·위성·투쟁정당’, 탈시설장애인당’이라고 쓰인 빨간 점퍼를 입은 서울시장 후보자 이희영 씨(49세, 여, 중증 지체·시각장애)가 마이크를 들고 5분여간 정견발표를 이어나갔다.

“대구에서 장애인 확진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이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죠. 서울시 3차 대유행이 나타나도 대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차별이 존재하는 한 감염병이 종식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무서웠습니다.”

빨간 점퍼를 입은 중증장애인의 정견발표에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사람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왜 빨간색을 입었냐”는 말에, “거대 정당처럼 보이기 위해서”라는 재치있는 답변도, “정식 정당 같다”는 말에 “점퍼에 가짜, 위성, 투쟁정당이라고 정확히 적혀있다”면서 당의 정체성을 밝히기도 했다.
 

정견발표에 앞서 청와대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단체와 세월호 농성장을 방문해 서로의 이야기도 나눴다. 이들은 모두 빨간 점퍼를 입은 이희영 후보의 외침에 공감했다.

“우리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안 알아주죠. 왜? 겪어보지 않았으니깐. 점잖게 하면 누가 들어줍니까.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 들어주지 않아요.” 세월호 농성장을 지키는 단원고 희생자 아버지의 말에, ‘탈시설장애인당’ 당원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무관심보다 욕 먹는 게 좋습니다!”
 

지난 13일 창당한 ‘탈시설장애인당’은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중증장애인 중심이 된 투쟁정당이다. 정식 정당이 아닌, 장애인 정책의제들을 선전하기 위한 방식으로 11명의 후보가 11개의 정책을 갖고, 3월까지 장애인 정책 공약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날 첫 정견발표를 진행한 이희영 후보는 ‘재난’을 키워드로 잡았다. “조금이라도 감염병으로 인한 불평등함을 없애기 위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이 후보는 누구보다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13년 전 바이러스로 인해 중도장애(지체, 시각장애)를 가졌어요. 코로나도 어디서 생겨나는지 어떻게 치료받는지 잘 모르잖아요. 제 장애 원인인 바이러스 역시 원인도, 완벽한 치료법도 모르거든요. 저는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 공급, 상태가 심각해 생존율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도 해봤기 때문에 (코로나가)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요. 전국 확진자 10명만 되도 저는 절대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이 후보는 “재가장애인이지만, 3년 동안 집에 있었기 때문에 탈시설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가족들에게 말하기가 어려웠어요. 아마도 시설에 있었다면 더 쉽지 않았겠죠?”

이 후보는 ‘중증장애인 포괄적 재난 지원체계 마련’을 내걸며, ▲장애인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를 위한 긴급 의료 및 생활 지원 ▲장애인 생활시설 방역대비 및 긴급 탈시설 적극 추진 ▲서울 시내 장애인 주요 이용기관 생활방역 수시 강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연계 긴급 돌봄서비스 확대 및 ▲장애인 재난지원금 및 긴급소득보장 마련 등을 촉구했다.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저도 이렇게 두려운데 방역이라는 것이 전혀 되고 있지 않아 자고 깨면 집단 감염. 그래서 방안이랍시고 하는 코호트격리라는 뉴스 속에서 살고 있는 시설장애인들은 얼마나 두려우시겠습니까?”(1월 13일 이희영 후보 출마발표 발언 中)

현재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진짜 정당’ 후보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재난 상황이 됐을 때 장애인들은 정말 힘듭니다.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탈시설장애인당은 지난 25일부터 선거 유세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정식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3월 25일 이전까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탈시설장애인당 가입 링크는 https://www.drparty.or.kr/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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