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 주민 갈등, ‘묻지마’ 시설행
소음 등 민원 제기…1번 사례회의 ‘입소 결정’
“장애인 권리 고민없어” 인권위 긴급구제 요청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2-08 13:18:01
2년전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자립한 발달장애인이 이웃주민들과 갈등을 빚자, 지자체가 단 한 번의
사례회의를 통해 당사자의 입장도 묻지 않은 채 시설에 재
입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4개 단체는 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자립 지원 고민 없이 시설 재
입소를 결정한 포항시를 규탄하며,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진정 대상은 포항시장과 지자체 공무원 2명, 피해자의 공공후견인, 공공후견인을 선정한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등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김 모 씨는 2년전
탈시설 후 포항시 북구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함께 살아왔다. 거주기간 중 자매간 다툼 등의 상황이 발생하며, 이웃주민들로부터 소음 등으로 갈등을 빚게 됐다.
이에 포항시는 주민 민원 문제를 논의하고자 지난달 22일 희망복지지원단 주관으로 민관통합
사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포항시 희망복지지원단 주민복지과장, 포항시 장량동 맞춤형복지팀 담당자, 김 씨의 공공후견인 등과 지역 장애인 민간기관 담당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행된 회의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비장애인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가족간의 불화’와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판단, 김씨의 시설 재
입소를 결정했다. 특히 김 씨의 공공후견인인
시설장 A씨가 가장 강력한 시설
입소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 주장이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지역사회주민들과 갈등으로 민원이 발생하였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장애인의 권리를 지키고 지역사회 안에서 삶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피진정인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면서도 “피진정인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장애인의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장애인을 다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조치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김 씨는 공공후견인 A씨가 운영하는 시설로
입소된 상태다. 이들 단체는 이번
긴급구제를 통해 김 씨가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대표는 “발달장애인은 어떤 한 가지 일을 표현하고 싶어도 잘 표현이 되지 않으면 다른 방식인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다 파악하지도 않고 단순히 민원에 의해 싸운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에 돌려보낸다는 것은 어느 나라의 법이냐”면서 “인권위에서 하루빨리 시설로 돌아간 당사자가 다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빠른 구제를 내려달라”고 말했다.
탈시설 당사자인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추경진 활동가도 “공무원들은 장애인이 몸이 좋지 않다고 하면 한결같이 시설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다양한 서비스를 얘기하지 않고 고민 없이 답은 시설로 보내는 것”이라면서 “단 한 차례 회의를 통해 당사자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시설로 보낸다는 것 자체가 인권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싸워서 민원을 넣는다고 해서 시설로 보내지는 않지 않냐. 왜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설로 보내져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공공후견인은 피해자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가 침해되는 시설
입소를 강력히 주장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로
입소시켰다”면서 “공공이 운영하는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 또한 공공후견인을
시설장으로 선택함으로써 장애인을 제대로 바라보고 지원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함에도 이런 사람을 선정해 이런 결과를 낳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히 장애인 한 사람이 지역에서 살기 어려워 시설로 들어간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아무런 고민도 갖지 않은 지역사회 체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인권위의 강력한 권고로 당사자는 빨리 집으로 돌아오고 기관들은 이번 결정이 장애인의 권리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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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