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신설, 장애인부모는 투사가 된다
인권위 진정 후 학교 설치 약속, 신청 ‘물거품’
“아쉽지만, 노력 감사” 국공립 설치 의무화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2-10 15:00:22
에이블뉴스는 얼마 전 경계선 지능을 가진 특수교육대상자 딸을 둔 박 모(49세, 남) 씨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며, 작은 사업을 하는 평범한 아버지인 그는 아이를 위해 투사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사한 후 전학 간 학교에
특수학급(
도움반)이 없어 신설을 요구했고, 끝내 약속을 받아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며, 에이블뉴스를 두드렸던 박 씨.
박 씨의 딸은 학습장애를 가진 특수교육대상자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특수학급에서 공부를 해왔습니다. “수업을 못 따라가잖아요. 우리 딸은 지적장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계선 장애로 특수교육대상자예요. 국어, 수학이 약하니까
도움반에서 특수교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런데 2학년 말인 지난 2019년 11월, 이사를 하며 고민이 생겼습니다. 전학을 간 A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었습니다. 학교에 전화를 걸어 자녀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며, “
도움반 진학을 원한다”고 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다른 주변의 학교를 알아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이왕이면 연년생인 첫째딸과 같은 학교에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박 씨는 일단 A학교에 자녀를 전학시켰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수학급 신설을 요구했습니다. 그동안은 경상남도양산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로부터 순회교육 프로그램을 받았습니다.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물어봤더니, 강제조항이 아니라서 학교장이 안 해주면 못 한다고 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알아봤습니다.” 지난해인 2020년,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에 아이의 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특수학급 신설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신문고도 함께 넣었습니다.
이후 인권위 조사가 들어가자, A학교는 5개월이 지난 9월쯤, 2021학년도 3월부터
특수학급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고, 박 씨도 진정을 취하했습니다. 그리고
특수학급이 신설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며, 에이블뉴스에 제보한 겁니다.
그런데 기자가 팩트 체크를 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인권위 취하 이후, 11월경 교육청에
특수학급 신설 신청을 했지만, 최근에서야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결정을 통보받았던 겁니다.
학교 관계자는 “
부모님의 의견을 받아서 부족하지만 교실을 준비해서,
특수학급 운영을 위한 준비를 해놓고 기다렸는데 1월말경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A학교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5명이지만,
특수학급을 원하는 사람은 박 씨의 자녀 한 명뿐이었습니다. 이에 주소지상에 있는 특수교육대상자
부모들에게 전입 요청을 했지만 아무도 희망하지 않아, 당장 학급 신설이 물거품 된 겁니다. 학교에서는 박 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확인작업을 거치느라, 미처 박 씨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는 기존과 같이 박 씨의 자녀에게 순회교육을 지원할 예정이며, 이후 2024년
특수학급 신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학교와 특수교육지원센터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들은 박 씨와 다시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장학사님하고, 학교에서 엄청 힘써줬는데 고마워요. 교장실 반을 잘라서 교실을 만들었는데…. 너무 감동 받았어요.” 실망감 대신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박 씨는 아쉽지만,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특수학급을 신설하겠다는 2024년이면 딸이 학교를 졸업하지만, 그 후배들은 특수학급에 다닐 수 있게 됐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는 최근 A학교로부터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감사장도 받았습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고자 제보를 했던 그는 팩트 체크 후에도 이 사실을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법에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에
특수학급 설치 의무화가 됐더라면,
부모들이 투사가 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특수학급을 원한다면, 그리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움이 느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들 인생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특수학급 설치 의무가 돼서 부모들이 이렇게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라온 내용으로, 지난달 22일 총 2592명이 참여한 가운데 마감됐습니다. 20만명의 동의가 있어야 청와대 답변도 받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지만,
부모들이 목청껏 외쳐봐도 그저 허공에 맴돌 뿐입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장애유형․장애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하여 이들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조 내용입니다.
아이가 집 가까운 학교
특수학급에서 교육받는 것, 이 당연한 요구를 위해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은 언제까지 투사가 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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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