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장애청소년 BestFriend 수기공모’ 수상작 연재-⑬

   커뮤니티   >  복지뉴스

복지뉴스

‘2016년 장애청소년 BestFriend 수기공모’ 수상작 연재-⑬

0 2,111 2016.12.22 11:14
최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조향현)가 장애인에 대한 청소년의 긍정적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2016 장애청소년 BestFriend'사업을 실시하고 활동사례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장애청소년 Best friend로 활동하고 있는 비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 개인 17명, 단체 3팀 등 총 20명(팀)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이들의 활동사례수기를 연재한다. 열세번째는 황세연 학생의 활동사례수기다.


경기 운암고등학교 황세연

고등학교 입학 전 반 배정을 받았을 때, 21번 ‘강○○’이라는 친구의 중학교 학번만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이후 고등학교 새 학기 를 시작하고 우리반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담임 선생님께서 한 학기동안 ○○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과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하지 못하는 친구라고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하지만 반 친구를 도울 수 있는 일이기에 잘 해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손을 들 어 자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의 ‘굳프렌즈’가 되었습니다. 제일 처음 굳프렌즈가 되고 활동한 일은 ‘굳프렌즈 간담회’에 참여한 것이었습니 다. 간담회를 가서 알고 보니 우리 학교에는 이미 여러 선배님들께서 굳프렌즈로 활 동하고 계셨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주의점, 그 외에 활동하셨던 선배님들의 경 험담을 듣기도 했습니다. 1학년 굳프렌즈는 저밖에 없어서 그런지 도움반 선생님께서 더 자세히 알려주셨던 것 같습니다. 여러 선배와 선생님의 도움으로 굳프렌즈를 잘 해내고 있을 때쯤 첫 번 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는 팔이나 다리가 불편한 신체적 장애가 아닌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하 지 못한 문제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체육시간이었습니다.

○○이는 체육수업을 비롯하여 수학, 영어, 음악, 기술가정 수업에 참여합니다. 예 체능 수업 중 특히 체육을 좋아하지만, 그 날은 ○○이가 몹시 예민하여 흥분한 상태 였습니다. 시작 전부터 소리를 지르고 다가가면 더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울었습 니다. 다행히 도움반 선생님께서 가까이에 계셔서 금방 말씀드리고 ○○이를 진정시 킬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이의 모습에 체육시간에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이 돼 내내 신경이 쓰 여 수업에 즐겁게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굳프렌즈로 도움을 주지 못하여 마 음이 너무 무거웠고 친구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이후 매일 도움반 선생님을 뵈러 갔습 니다. 하루 ○○이의 생활과 모습, 교과 선생님들께서 지적한 일은 없었는지, 수업시 간에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는지 하나하나 말씀드리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 ○이에 대해 더 알아갔습니다.

어느 날은 ○○이의 부모님께서 저를 고맙게 여기신다는 말과 함께 ○○이가 학교 에 가는 것을 즐거워하여 부모님께서 기뻐하신다는 이야기를 도움반 선생님께서 해 주셨습니다. 특별히 제가 큰일을 한 건 아니었지만, 저로 인해 ○○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과하게 칭찬해주시는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너무 기뻤습니다. 내가 크게 ○○이에게 무엇을 한 것 같지 않았지만 사소하게 신경 쓴 부분들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진심을 ○○이도 느끼 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교실의 자리를 ○○이 옆자리로 옮겼습 니다. 자리를 옮긴 후 옆자리에서 ○○이에게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책 을 펴면 따라 펴고 밑줄을 그으면 따라 그었습니다. 한 번은 제가 필기하는 것을 흘깃 흘깃 보는 것 같아 바르게 펴서 가까이 보여주니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그런 모습 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이도 그런 저의 마음을 읽었는지 몇 초간 저의 눈을 바라봐주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으면서 ○○이와 저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행동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친구가 된 것 같았습니 다. 서로에게 서로가 특별한 친구인 것처럼 말입니다. 이동 수업시간에는 항상 ○○이와 함께 이동하고 수업이 끝나고 도움반으로 갈 때 는 함께 내려갔습니다. ○○이도 그런 제가 익숙해졌는지 막 뛰어가다 멈춰서 뒤로 홱! 돌아보며 제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뛰어갑니다.

만약 뒤를 돌았는 데 제가 늦게 오고 있으면 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까이 오면 다시 뛰어가곤 합 니다. 이렇게 밝고 신나는 모습만 보이는 ○○이인데 수업시간에 가끔 눈물을 보입니 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잠깐 달래주고 선생님을 모시러 가는 일 뿐입니다. 그럴 때 마다 친구인 제가 도움과 위로가 되지 못해 ○○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최근에는 ○○이가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의 기존 장애와는 별개로 일어난 일이지만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무섭고 걱정이 됐습니다. 과학 수업을 듣 던 중 의자가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가 발작을 일으키며 바닥에 누워 울고 있 었습니다. 교실에 계신 교과선생님과 반친구들이 ○○이를 보고 모두 함께 머리 밑에 쿠션을 대주어 응급처치를 했고, 그리고 나서 저는 바로 선생님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발작이 길게 일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쓰러져 있는 ○○이를 많은 선 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날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 어 제 자신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름만 굳프렌즈인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진정 되어 보건실로 갔고 수업이 끝나고 저는 도움반선생님께 ○○이 상태가 어떤지 여쭤 보러 갔습니다. 그때는 도움반 선생님도 걱정하고 계셨지만, 제게 “많이 놀랐지. 그래도 이렇게 하 는 거야. 잘했다.”라고 해주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선생님께서 따뜻하게 안 아주셔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혹시 다음번에 이런 일이 또 생 긴다면 선생님 모시러 오면 되는 거냐고 물으니 그렇게 응급처지를 하고 지금처럼 하 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일이 있고 일주일간 ○○이는 몹시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잠자는 시간도 바뀌고 잘 자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예민한 상태의 ○ ○이는 계속 불안해하고 혼자 흥얼거리는 목소리도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들 어오는 시간을 잠깐 줄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안으로 ○○이는 다시 스마일보이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굳프렌즈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스스로 ○○이의 굳프렌즈로 생각이 들만큼 잘 해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중입니다. 단순히 장애를 가진 친구를 돕는 것이 아닌, 서로에게 진짜 친구가 되는 과정으로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 습니다. 또한 ○○이 덕분에 제 고등학교 생활을 더 기쁘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이라는 좋은 친구로 하여금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저의 모습이 좋 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에게 굳프렌즈이기 전에 ○○이가 저의 굳프렌즈가 돼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이가 많이 좋습니다. ○○아, 고마워!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블로그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