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수상작 연재-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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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체험수기 수상작 연재-⑨

0 2,210 2016.12.20 17:14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황화성)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지난 9월 ‘2016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43건의 수기가 접수됐으며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12월 중 수상작 전편을 연재한다. 아홉 번째는 복지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복지 사회로 가는 장애인 일자리’이다.

복지 사회로 가는 장애인 일자리
윤옥순(충청남도 천안시)


태양이 뜨겁게 이글거립니다. 유월,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상이군인이 생각나는 달입니다.

1950년 이맘 때, 이 땅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렸습니다. 결국, 통일도 이루지 못하고 분단된 채로 휴전이 되었습니다. 전쟁에 나갔던 젊은이들은 패잔병이 되어 팔다리가 잘린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전쟁의 아픔에 장애라는 슬픈 훈장까지 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위로는커녕 업신여기고 피하려고 하는 마음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덧들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냉대를 견디며 장애인으로 살다 가거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은 그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일이 자랑스럽기만 할까요. 보훈이라는 말에 섭섭한 마음이 앞서지는 않을까요.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일입니다.

6・25전쟁 이후 남북 간의 분쟁은 없었지만, 선천적 장애로 또는 후천적 사고로 여전히 장애인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선천적 장애야 어쩔 수 없지만, 요즘은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더 커지고, 교통이 발달할수록 사고 또한 늘어납니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의 증가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안전 불감증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장애인이라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 고통에서 헤어나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 멀쩡하게 태어나서 순간에 장애인이 된 경우가 전체 장애인의 90퍼센트라니 심각한 일입니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요. 장애인 단체에 모인 이들은 서로가 아픔을 갖고 있기에 어느 단체 못지않게 견고하게 결속합니다. 비장애인들로부터 따가운 시선과 냉대를 피하려면 우리끼리 보듬고 위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장애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장애는 우리가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이고 그 숙제가 좀 어려울 뿐입니다.

몸이 불편해도 먹고 입고 자야 하니 일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직 이 사회는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는 데는 인색합니다. 무한경쟁의 신자본주의에서 장애인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들처럼 빠르게 일하지는 못해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거부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 복지일자리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차단속 요원입니다. 요즘은 관공서는 물론이고 크고 작은 건물에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만들어 놓게 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아주 당당하게 그곳에 주차를 합니다. 장애인들의 알량한 권리마저 빼앗겠다는 행위입니다. 저는 그런 얌체를 단속하는 일을 합니다. 서너 명씩 조를 이루어 단속을 하는데 모두 자긍심을 갖고 즐겁게 일합니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일반인들과 부딪칠 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한글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방송에서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한 홍보를 하는데도, 아직도 위반하는 차량이 많이 있다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인식개선이 부족한 탓이리라 생각됩니다. 언제든지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주차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ㅇㅇ마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주차단속요원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주차차량에 대해 신고하지 않고, 사전 신고 알림만 하는데도 마트 직원이 나와서 불평을 했습니다. 왜 자꾸 나와서 이런 것을 붙이냐며 기분 나쁘니까 하지 말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습니다. 자기네 마트에는 장애인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어이가 없고 화가 났습니다. 덩치도 크고 그리 좋은 인상이 아니라 약간 겁은 났지만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불편한 얼굴로 사라지는 그 사람.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속마음은 주먹으로 뒤통수에 꿀밤을 한 대 주고 싶었습니다. 그 일이 계기로 그런 사람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열심히 홍보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복지일자리를 얻고부터는 버릇이 하나 생겼습니다. 어디 가든 경고장을 가지고 다닙니다. 주차공간이 있는 곳에 가면 장애인 주차구역 표시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천안을 벗어나 타 지역에 가도 그 습관은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럴 때면 속으로 혼자 웃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 아닐까 합니다. 직업에 직업병까지…, 남들은 이 마음을 모를 것입니다. 많지 않은 보수지만 매월 말일 통장을 확인할 때면 행복합니다. 마음에도 입금이 되는지 부자가 된 것처럼 충만한 기쁨을 느깁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고려, 조선시대에는 장애인을 위한 악공, 안마사, 침구사 등의 직업을 알선해 주었으며 흉년이 들면 우선으로 구휼했다. 장애인을 잘 대한 사람은 상을 주고 반면 학대한 사람은 가중처벌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고맙고 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직업을 얻은 후 매주 수요일에는 교육실에 모여서 교육도 받고 회장님의 격려 말씀을 듣습니다. 항상 웃음으로 맞이해 주시는 직원 분들이 있어 그날은 더욱 즐겁습니다. 동료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일선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헤어질 시각이 너무나 빨리 다가옵니다.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다시 만날 일주일 후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기쁨을 누립니다.

일부의 참여자만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가 때로는 미안합니다. 정부에서는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각 분야에 장애인들의 숨어있는 재능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한 가지씩의 재능은 주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사실을 잊지 말기를 소망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될 때 복지 사회를 앞당겨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육체적 고통보다 비장애인들의 편견이 더 아픕니다.

숨이 막히게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20년 만의 더위였다고 합니다. 폭염은 건강하지 못한 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아픔입니다. 마음으로 크게 외쳐봅니다. ‘장애인 여러분, 더운 날씨에 힘드시지요? 그럴수록 더 건강 챙기시고, 어디 가든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 명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음만은 튼튼한 비장애인으로 활짝 웃어보아요. 우리 모두 일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파이팅합시다! 장애인일자리, 복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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