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연합 10년, 제도보다 인식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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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연합 10년, 제도보다 인식이 중요"

0 3,505 2009.11.20 10:56
성차별과 장애, 그리고 이로 인한 빈곤 등 3중고를 겪는 여성장애인들의 권리를 찾으려고 창립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여장연)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여장연은 이를 기념해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연합운동ㆍ10년사'를 발간하고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념식도 연다.

장명숙 여장연 4대 상임대표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 선배 활동가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그들이 고맙고 무척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1999년 4월 17일 창립된 여장연은 초기에 성폭력 문제에 집중했다. 지적장애인을 비롯한 여성 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여장연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1999년부터 3년 동안 투쟁했고, 그 결실로 2001년 서울과 부산 등지의 여성장애인 전문 성폭력 상담소를 개소했다.

"하지만 여성 장애인을 근본적으로 고립시킨 것은 성폭력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것을 이후에야 알았어요. 성폭력은 드러난 인권에 대한 폭력이었지만, 교육에서의 소외는 더 은밀하게 우리 삶을 고립시킨 것이었죠."
장 대표는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 67.3%가 초등학교졸업 이하의 학력이며 심지어 문맹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장연은 현재 모든 사업의 토대에 교육 프로그램을 깔고 있다.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문맹 교실을 여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장애인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강의 마련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장 대표는 여성장애인들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숙원이었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2007년 3월 6일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도 떨리는 듯 "그날은 무척 추운 날이었고,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났다"며 "여장연은 당시 250여 단체가 모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추진위원회에서 상임공동대표단을 맡아, 법안에 장애여성 차별금지 항목이 포함되도록 추진해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폭력상담소가 세워지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등 나름의 변화에도 장 대표는 "여장연이 창립한 10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지금 여장연은 장애인연금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고,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은데, 왜 처음 접할 때는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고민입니다. 자주 왕래하면 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