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장애 인식개선 “퍼플데이” 아시나요
캐나다 시작, 매년 3월 26일…‘편견 해소’ 목적
국내 30만명 추정, 의료비·사회활동 참여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26 17:21:30
뇌전증장애인에 대해 아시나요?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 254만6000명 중 7000명. 약 0.3%를 차지합니다. 안면장애 0.1%, 심장 0.2%에 이어 15개 장애 유형 중 3번째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데요. 장애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까지 하면 약 30만 명이라고 추정됩니다.인구 100명 당 1명의 유병율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속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르면 일상생활이 현저히 제한되는 만성‧중증의 뇌전증을 가진 사람을
뇌전증장애인이라고 부르며, 장애 정도에 따라 2~5급까지 나눠져 있습니다.
가장 중증인 2급은 월 8회 이상의 중증발작이 연 6회 이상 있고, 발작할 때 유발된 호흡 장애, 홉인성 폐렴, 심한 탈진, 두통, 구역 등으로 심각한 요양관리가 필요하며, 일상생활에 항상 타인의 지속적인 보호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전에 법령 용어는 ‘간질 장애’로 간질병 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담겨 있어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다는 문제에 따라, ‘뇌전증’이란 새로운 공식 명칭을 만들어 2014년 7월 29일부터 시행한 바 있습니다.
뇌전증을 갖고 있던 캐나다 소녀 ‘캐시디 매건’에 의해 제안된 “퍼플 데이”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전 세계인들이 하루 동안 ‘보라색’을 입고 뇌전증 및 뇌전증에 대한 바른 인식과 지원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에 거주했던 캐시디는 어느 날 뇌전증 또한 여러 질환의 하나일 뿐임을 알리고, 환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2008년 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
퍼플데이’를 창안했고, 이를 접한 캐나다 노바스코시아 긴질협회와 뉴욕 애니타 카우프만 재단이 동참해, 2009년부터 3월 26일을
퍼플데이로 지정하게 된 겁니다.
현재 퍼플 데이는 총 75개 국가에 지부가 있고 112개국 비영리 단체들이 동참하고 있는데요.
올해 우리나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초 “
퍼플데이”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사람희망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서울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사업 일환으로 26일 홈플러스 금천점 앞에서 “
퍼플데이” 캠페인을 진행한 것인데요.
“뇌전증장애인 모두 일상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보라색 티셔츠와 스카프를 두른 센터 관계자 10여명은 이날 캠페인을 통해 홈플러스를 찾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간질 발작 시 대처방안을 설명했습니다.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이가 뇌전증을 가진 반장 엄마에게 부탁을 받고 응급조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죠.
여기서 잠깐 간질 발작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먼저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작이 멈출 때까지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요. 위험한 물건을 치워주고, 단추나 넥타이를 풀어 숨쉬기 쉽게 해주고, 기도가 막히지 않게 옆으로 뉘어줘야 합니다.
이날 “119에 부르는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하는 주민분이 있었는데요. 10분 이상 발작하지 않을 때는 응급실에 연락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되기 때문에 깨어난 후 안정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당황하지 않아야 하고요.
이날 참여한 주민들은 “살면서 발작하는 사람들을 봐왔는데, 대처법에 대해 잘 몰랐다. 이번에 알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뇌전증 장애인 당사자를 위해서도 “힘내세요.”, “병은 죄가 아닙니다.”, “파이팅. 응원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캠페인에는 뇌전증 장애인 당사자들도 함께 참여해 의미 깊었는데요.
뇌전증장애 4급인 박정일(남, 40세)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10세 때 몸이 아프면서 갑작스럽게 뇌전증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머리에 혹이 생기고 난 후인 학창시절에는 교실에서 발작도 심하게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왕따도 당하기도 했지만, 돈을 걷어주는 등 도움도 받았다고 합니다.
박 씨에게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물었습니다. “지금 혼자 사는데, 발작을 일으켰을 때 대처가 힘든 점이 가장 큽니다. 발작을 심하게 해서 화상도 당한 적도 있고요.” 박 씨는 조심스럽게 손등에 난 상처 부위를 보여줬습니다. 그는 앞으로 이런 캠페인뿐 아니라 뇌전증 장애인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가끔 부분 발작을 일으킨다는 민인희(지적3급, 31세)씨는 뇌전증 장애 경계선에 있어 따로 장애등록을 하진 않았습니다. 5년째 뇌전증약을 먹고 있고, 피곤하거나 여름이 다가올 무렵이면 5분, 10분씩 자신도 고개를 끄덕 끄덕이며 발작이 난다고 합니다.
“순간 멍해지면서 그때 기억이 나지 않아요. 심한 편은 아니어서 1시간 자고 일어나면 안정돼요.”
민 씨는 이번 “
퍼플데이” 캠페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뇌전증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길 기대했습니다. “너무 좋은 캠페인이에요.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행사를 기획한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백남 소장은 “15개 장애 유형 중
뇌전증장애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정책도 없다”면서 “벌써 의료계에서는 뇌전증에 대한 치료기구, 처치약, 병원비 지원이 전무해 뇌전증 지원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슈인데, 장애계에서는 관심이 없어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뇌전증 발병 추이를 보면 유아기 때와 노령기에 급상승한다고 한다. 소아와 노령 지원, 그리고 사회활동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캠페인과 더불어 올해 당장 당사자 자조 모임을 만드는 등
뇌전증장애에 대한 무관심을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뇌전증장애는 특히 65세 이상이 되면 뇌혈관장애 등의 이유로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 누구에게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물론 주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요.
보라색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뇌전증장애인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3월 26일은 “퍼플데이”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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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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