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1년, 종합조사 개편 '충돌'
최중증 구간 신설 VS 기존점수 30점 인상
“예산 증액해 구간 상향”…복지부 “어렵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22 17:04:12
장애등급제 폐지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정부와 장애계가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 개편안 두 가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최대 16시간을 받을 수 있는 1구간 장애인이 없다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최중증장애인을 위한 ‘최상위 구간’을 두거나, 모두 1구간씩 올리자는 안을 두고
고시개정위 안에서도 의견이 첨예한 것.
특히 “예산을 늘려서 1구간씩 올리자”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의 주장에, 정부에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단체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도입 후 1년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시행하며,
활동지원서비스 등 4개 서비스에 대해 장애인의 욕구 및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를 도입했다.
또
종합조사의 문제점 및 제도 개선사항은 ‘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장애계 의견을 수렴하고,
활동지원서비스의 평균 지원시간 및 서비스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
종합조사가 장애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며 유형별로 분리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이 많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장애유형별 형평성 확보를 위한 논의는 지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종합조사 1구간 0명, 대부분 ‘하위권’ 그러나 새롭게 도입된
종합조사는 의학적 관점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인정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합조사 도입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정조사에서 받았던
활동지원 시간이
종합조사를 통해 재판정받으며 줄어드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특히 이러한 피해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더욱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고시개정위원회 3차 회의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갱신 또는 변경하거나 신규 수급자 2만4918명 대상
종합조사를 실시한 결과, 종합점수 465점 이상인 1구간(월 480시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2구간(종합점수 435점 이상~465점 미만, 월 450시간) 0.07%(18명) ▲3구간(405점 이상~435점 미만, 월 420시간) 0.53%(132명) 등 1구간에서부터 10구간(월 210시간)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반면, 전체의 85.43%가 12구간(135점 이상~165점 미만, 월 150시간)~15구간(45점 이상~75점 미만, 월 60시간) 또는 구간 외로 분류되어 있었다.
■고시개정안, 최중증 보호 강화 VS 30점 일괄 인상정부는
종합조사표 문제와 제도 개선을 위한 고시위원회를 통해 총 4번의 회의를 개최했으며, 마지막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회의에서 제시된 대안은 2건으로, ▲1안: C계수를 조정함으로써 사회 참여가 곤란한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보호 강화(사회활동 영역에서 점수를 받지 못한 독거 또는 취약가구 장애인이 기능제한에서 최대 점수를 받았을 경우, 1구간이 되도록 ‘최상위 구간’ 신설) ▲2안: 기본점수 30점 인상을 통해 전체 대상자의
활동지원 급여구간을 일괄적으로 1구간 상향 등이다.
쉽게 말해서 1안은 최중증장애인을 조금 더 올려주는 것이며, 2안은 전체적으로 올려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실제 이를 적용할 경우, 1안은 1구간 수급자가 14명 발생하며, ‘구간외’에서 ‘구간내’로 편입되는 경우가 없으며, 기존 2~8구간에서 구간 상승이 발생한다.
2안의 경우 2구간 수급자 18명이 1구간 수급자가 된다. 또 구간외에서 구간내로 편입되는 장애인 수가 매우 크다.
급여수준이나 예산의 변화는 어떨까?
1안은 평균 급여시간 월 130.3시간, 추가 소요예산 2.4억원이며, 2안의 경우 평균 급여시간 159.2시간, 추가 소요예산 1106.1억원으로 현행 대비 29.25%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전면 적용 시 1안 약 9.5억원, 2안 약 4426.6억원이다.
이 같은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시개정위원회가 오는 26일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1안은 최중증장애인에 집중해 1구간 미발생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 긍정적이지만 보호 대상이 다소 협소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면서 “2안인 점수 30점 인상의 안에 대해서는 구제효과는 확실하지만, 제도개선 목적과 관계없는 급여 대상자가 발생하고 소요예산이 과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한 번의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완벽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어느정도 만장일치는 있지만,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예산 늘려서 1구간씩 상향해야” 2안 압박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최상위 구간’ 신설하는 1안에 ‘브레이크’를 걸며, 2안, 즉 ‘모든 수급자의
활동지원급여 구간을 1단계 상향하는 방안’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자동차 사고로 인해서 목뼈가 부러져 척수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장애인이 최근
활동지원 인정점수 1등급에서,
종합조사로 넘어가니 2구간이 됐다. 2구간 턱걸이 점수니까 기능제한 점수에서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결론”이라면서 “이런 사례 또한 검토돼야 한다”고 1안에 질문을 던졌다.
이어 박 이사장은 “모든 장애인의 급여량 1구간 상향조정에 대해서 ‘무식하고, 근거 없고, 역차별이다’는 험악한 피 튀기는 총알들이 날아다닌다. 예산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장애인예산 지출이 OECD 평균에 비해 1/4 수준‘이라면서 ”지금보다 4배 증액된 예산 규모로
종합조사표를 구성해야 하며, 권리를 중심으로 예산 총량을 적극 반영해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정점수에서
종합조사로 갱신 후, 시간이 탈락, 1회(3년)에 한해 구제받은 19.52%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3년 후 도래하는
종합조사에 19.5%는 다 떨어진다. 당장
산정특례 보전해줬지만, 당장 우리의 동지들은 어떻게 하냐”면서 “모든 수급자의 구간 향상 조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저는 직장생활을 하는 취약가구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인데
종합조사 갱신에서 2구간 턱걸이를 했다. 전혀 필요도와 환경, 욕구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예산에 맞추는 것이 아닌, 개인의 욕구에 맞춘 지원을 위해 예산 반영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면서 박 이사장이 주장한 2안에 동의했다.
■복지부, “제도보완에 4000억 투입? 상식적으로…”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두 가지 대안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예산추계로 볼때 결국 1안이 현실적이기는 한데, 두 대안 모두 평가지표에 의한 구분이 아닌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구간을 조정하는 방식이어서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애초에 불가능한 1구간을 만들어 놓고, 계수를 조정하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지표의 잘못된 설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설계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이 최근 발의한
활동지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장애인의 장애유형에 맞는 필요와 욕구, 장애 정도 등에 맞는 내용 등을 적절히 평가하도록 했다“면서 ”여전히
종합조사표는 장애유형별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저변에 깔려있다. 사회환경에서 개인요인도 반영하는 등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권병기 과장은 “결과적으로
종합조사를 도입함으로써 20시간이 늘어났고, 전체 94%는 늘어나거나 유지된 편이다. 재정효과로 보면 3200억원 정도”라면서 등급제 폐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급여가 하락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구제절차가 필요하다. 일괄적으로 구간을 올리는 방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개선 효과가 3200억원인데, 하락과 탈락자에 대한 구간 보완책에 4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어렵다. 이의 신청 강화 등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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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