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채 달리는 문재인표 장애등급제 폐지
활동지원 ‘뚝’ 기존급여 보존? “3년 시한부”
코로나 속 “누구도 배제되지 않게” 투쟁 계속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2-24 14:19:14
[2020년 결산]-③장애등급제 폐지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코로나19가 집어삼킨 한해였다. 불행하게도 아직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장애인계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현장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장애계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정부와 사회에 알렸다.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2단계 개편, 만65세 장애인활동보조 제외 문제, 장애인 노동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조속한 비준, 수어통역 확대, 신장장애인을 비롯한 코로나19 사각지대 대책 마련 등.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5개를 선정, 한해를 결산한다. 세 번째는 '장애등급제 폐지'이다. 지난해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이 1년하고도 5개월이 흘렀습니다. 이미 지난해
활동지원 등 4가지 일상지원 서비스는 기존의 의학적 기준이 아닌 사회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종합조사로 대체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사각지대 구멍만 ‘숭숭’ 난 상태입니다. 이런 와중에 2022년
장애인 소득·고용까지 갈 길이 멉니다. 올해 장애계 이슈, 여전히
‘장애등급제 폐지’입니다.
■2020년 새해 첫 투쟁 “진짜 폐지!”올해 첫 투쟁은 서울 을지로 서울 고용노동청과 기획재정부가 건물주인 서울 을지로 나라키움 저동빌딩 1층이었습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이름뿐인 껍데기에 불과하며, 20대 국회 역시
장애인 관련 입법 및
예산반영이 이뤄지지 않은 ‘빈손’으로 마무리됐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특히 21대 총선을 앞두고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등을 위해 OECD 평균 수준인 8조원까지
예산을 요구하겠다는 경자년 새해의 첫 다짐이었습니다.
올해 투쟁 계획은 ‘찾아가는 서비스 투쟁’으로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를 ‘직접’ 찾아가
예산을 압박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우리나라를 집어삼킨 코로나19로 현실화되진 못했습니다.
■장애등급제 폐지 보완 VS 1년간 입씨름만! 보건복지부는 3월 2일 “국민이 행복한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 : 따뜻한 복지, 건강한 미래”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중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 정책으로는 맞춤형 지원을 위한 종합조사 기준 보완 및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 강화 등을 포함한 ‘2단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하반기 발표한다는 내용이었죠.
복지부가 등급제 폐지 이후, 종합조사표로 넘어가면서
활동지원이 하루 최대 16시간을 제공했다고 홍보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갱신 또는 변경하거나 신규 수급자 2만4918명 중 해당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이죠.
이에 정부와 장애계는 종합조사표 문제와 제도개선을 두고 머리를 맞댔지만, 진통만 겪었습니다.
정부는 독거 또는 취약가구
장애인이 기능제한에서 최대 점수를 받았을 경우, 1구간이 되도록 ‘최상위 구간’을 신설, 즉 “최중증
장애인에게 시간을 더 주자”고 제시했지만,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은 “모두에게 1구간씩 올려주자”는 것이었죠.
아무리 심한 장애라도 기능제한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아예 틀어막자는 것이었는데, 결국 확정된 방안은 정부안인 ‘최중증
장애인 보호 강화’ 방법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종합조사표 문항 및 점수는 변함없이 유지됐고요.
고시개정위원회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은 1년간의 입씨름만 했을 뿐이었다는 씁쓸한 평가만 남았습니다.
■7~8월 뜨거웠던 투쟁 “목에 밧줄을 걸다”코로나19에도 장애계 투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 1년을 맞아, 7월 1일 ‘장애등급제 가짜폐지 1년 규탄대회’를 열고 잠수교까지 전동행진을 펼쳤습니다. 다음 달인 8월 5일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목에 밧줄을 매며 목숨 건 투쟁을 하기도 했죠.
이들은
활동지원이 종합조사로 변경되며, 5명 중 1명꼴인 20%의
장애인이 급여가 떨어졌지만, 복지부가 3년에 한해 기존급여를 보전하는 산정 특례를 적용했을 뿐, 그 이후의 구제방안이 없는 ‘시한부 신고’를 받았다며,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에 다시금 전장연은 산정특례보전자 대책으로 ▲
장애인활동지원 종합조사 대상자 전체 1구간 상향 ▲제2차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 구성 등을 요구했습니다만,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 1년을 맞아, 종합조사 도입 후
활동지원 급여시간은 월평균 11.9시간에서 139.9시간으로 20.5시간 증가했고, 중증에게 보다 많은 급여량이 제공돼 급여 적정성도 개선됐다고 성과를 밝혔을 뿐입니다.
■2단계 개편 시작…文정부, 정말 괜찮아요?보건복지부와 국토노동부는 10월 말부터 장애등급제 개편 2단계로 이동지원에 대해서도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적용했습니다. ‘보행상 장애판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종합조사표상 필요한 대상으로 판단되면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특별교통수단 서비스 대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중복
장애인이면서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결과 점수가 높은 자(성인 177점 이상, 아동 145점 이상)이 우선 대상으로, 추후 결과 모니터링 후 대상자 확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대상이 확대된다는 것은 당연히 환영한 일이지만, 그만큼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대상자가 늘어나며, 일각에서는 자칫
장애인들끼리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
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
장애인콜택시 전국 통합 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콜택시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시간이 평균 48.2분이며, 최대 240분까지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에 맞춰 불편사항으로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이 전체의 51.8%로 압도적으로 높았고요.
결국 서비스 총량 대폭 확대가 필요한데, 지역별 편차로 법정대수 조차 달성치 못한 곳도 있는 현실입니다. 수년간 장애계의 염원이었던 장애등급제 폐지, 정말 괜찮은 건가요?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임기까지인 2022년에 소득․고용도 등급제 폐지 취지에 맞춰 ‘진짜’ 폐지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예산을 늘려 서비스 총량을 늘려주길, 장애계는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도 요구했고, 내년에도 요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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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