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애인상’ 상금 싹둑 황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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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장애인상’ 상금 싹둑 황당해요

최고관리자 0 2,345 2021.05.17 09:36

‘올해의 장애인상’ 상금 싹둑 황당해요

올해부터 1000만원→300만원…“권위 떨어져”

‘기금 고갈 우려’ 불가피 결정, 재원 확보 불투명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5-14 14:26:43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수상한 제25회 올해의 장애인상 주인공들.ⓒ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수상한 제25회 올해의 장애인상 주인공들.ⓒ에이블뉴스DB
올해의 장애인상 상금이 얼마인지 아세요?”
“1000만원 아닌가요?”


얼마 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2021년도 제25회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 A씨의 첫 물음이었습니다. 그는 “그렇죠? 그렇게(1000만원) 알고 있었는데, 아니다”라며, “300만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네?” 올해부터 300만원으로 갑자기 줄어들어 황당하답니다.

A씨는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은 것이 알려진 후, 여기저기서 ‘기부하라’는 요청이 들어오는데, 상금이 줄은 속사정을 몰라줘 난감하기까지 하답니다. 그는 상을 받은 4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에 5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올해의 장애인상이라는 권위가 있잖아요. 갑작스럽게 상금이 줄어들면 권위가 떨어지는 거 같다”며 차라리 수상자 1명에게 1000만원을 몰아주든가, 2명에게 각 500만원씩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올해의 장애인상은 지난 1997년 ‘장애극복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1996년 9월 15일 우리나라가 제1회 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된 건데요. 다음해 정부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위원회를 설립하고,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명의의 장애극복상을 시상해왔습니다.

그러나 ‘장애 극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자, 2009년 위원회 명칭이 ‘올해의장애인상위원회’로 바뀌며, 상 이름도 ‘올해의 장애인상’으로 변화했습니다.
 
2018년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고 있는 당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차장(현 서울시의원).ⓒ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2018년 제38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고 있는 당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김소영 차장(현 서울시의원).ⓒ에이블뉴스DB
199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개최돼 틴틴파이브 멤버였던 방송인 김동우(예명 이동우, 시각장애, 2012년 수상) 씨, 21대 국회의원 김예지(시각장애, 2019년 수상) 씨, 소리꾼 이지원(지적장애, 2020년 수상) 씨 등 올해까지 총 130여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상금 재원은 루스벨트 국제장애인상 상금 5만 달러를 기초로 하는 기금 및 이자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금액은 1997년 제정 이후 2003년까지 10명에게 각 500만원씩(총액 5000만원) 수여했던 것을 시작으로, 2004년~2011년에는 5명으로 수상자를 축소하는 대신, 각 1000만원씩으로 상금을 올렸습니다. 이때도 총액은 5000만원으로 유지했습니다.

이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액이 3000만원으로 줄어들며, 3명에게 1000만원씩 지급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총액 1000만원으로 또다시 줄면서 3명에게 각 300만원씩 돌아간 겁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배포한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후보자 모집 보도자료. 지난해 1000만원이라고 구체적 액수가 적힌 반면, 올해는 상금이라고만 나와 있다.ⓒ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2020년과 2021년 각각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배포한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후보자 모집 보도자료. 지난해 1000만원이라고 구체적 액수가 적힌 반면, 올해는 상금이라고만 나와 있다.ⓒ에이블뉴스
올해의장애인상 운영사무국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최근 몇 년간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후보자를 모집하는 보도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까지 상금 1000만원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대통령 표창 및 상금을 받는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 상금액이 빠졌습니다.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후보자 모집 포스터.ⓒ한국장애인개발원에이블포토로 보기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후보자 모집 포스터.ⓒ한국장애인개발원
왜 갑자기 상금이 소리 소문 없이 ‘싹둑’ 깎였을까요?

한국장애인개발원은 “1996년 루스벨트 국제장애인상 상금에 정부지원을 더한 기금의 이자수입을 통해 올해의 장애인상 상금을 내리고 있다. 최근 저금리 시대로 이자수익이 줄어들어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3명씩 1000만원, 총 3000만원을 매해 지출하다보면 원금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2015년부터 예상된 문제기도 했습니다. 위원회 회의에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후속조치 없이 지나오다, 원금 고갈 현실에 닥치자 총액을 1000만원으로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정식 안건사항으로 올라간겁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올해의장애인상위원회 의결 결과, 총 21개 장애인단체 중 13개 단체가 회신을 보내왔으며, 모두 총액을 1000만원으로 줄이는데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7명으로 구성된 전문심사위원회에서 구체적 지급방식을 정했습니다. 개발원이 내놓은 안건은 1명에게 1000만원, 2명에게 500만원씩, 3명에게 300만원씩 등 총 3건으로, 심사위원회에서 택한 결정에 따라 3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된 겁니다.
 
2016년 ‘제35회 장애인의 날’기념식.ⓒ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2016년 ‘제35회 장애인의 날’기념식.ⓒ에이블뉴스DB
그럼 내년에도 이 상금이 유지될까요? 사무국 및 간사 역할을 담당하는 개발원으로서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현재 저금리가 유지된다면 상금 또한 현재 300만원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설명했습니다.

은행 이자만으로 기금을 꾸리다보니, 보수적 운영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데요.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투자 수단은 기금 운영에는 적절하지 않아 오래 전부터 은행 이자 방식으로만 고수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추가 재원 확보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보입니다.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상파 생중계까지 동원되는 대통령 표창급 ‘올해의 장애인상’, 상금이 줄었다고 권위 자체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수상자가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올해의 장애인상’이라는 자존심은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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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