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은 탈시설해서 어떻게 살아요? 시설에 있는 게 낫지 않아요?’라고 사람들이 많이 물어봅니다. 중증장애인도 자유롭게 다니면서 사회의 자극을 받고, 계속 의사 표현을 하다 보면 나아지는 게 있습니다.
시설에서는 너무 무기력해져 갑니다. 시설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저귀가 필요 없을 정도로 대소변을 잘 가렸지만, 시설 생활방식으로는 다시 기저귀를 차야 했던 것처럼요.“ 탈시설 당사자 부모인 임현주 씨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장혜영 의원 주최 ‘
탈시설 당사자와 가족 증언대회’에서 당사자 부모로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임 씨의 자녀는 지난해 5월, 시설에서 산지 9년 만인 30세에
탈시설에 성공했다.
자녀는 스무살이 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지냈지만, 임 씨가 이혼을 하면서 경제 활동을 떠맡게 됐다. 대안은 시설밖에 없었다. 고립된 지역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새로 지은 곳이라 건물도 깨끗해 ‘좋은 시설’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시설에 살던 자녀는 ‘치료’라는 이름하에 오랜 시간 동안 양팔에 고정기구를 착용했다. 몸무게도 28kg로 야위었다.
몸이 약한 자녀가 병원에 갈 일이라도 생기면 시설 측은 ‘우리가 요양원인 줄 아느냐’, ‘아이가 시끄럽고 다른 아이들의 생활을 방해하니까 산골에 있는 조용한 다른 시설로 옮겨라’ 라고 했다.
개인 용돈을 보내며 개별적 식사지원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병원에 자주 가야하고 수명이 짧은 발달
장애인 특성을 이유로 시설에서 나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지원이는 먹지 못하는 매운 음식을 꾹 참고 결사적으로 흡수하듯이 빨리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식탐도 심해졌습니다. 어느 날은 더 먹고 싶으면 숟가락을 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걸 뺏어 먹고, 그러니까 격리를 시켜서 따로 먹고요. 이 과정을 거쳐 체중이 28kg까지 빠졌던 겁니다.“고립된 자녀가 자폐성 행동의 일종으로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자, 시설에서는 무릎에 보조기를 채워서 다리를 구부리지 못하게 했다. 자꾸 손을 입에 넣고 빨아서 냄새가 나면, 닦아 주는 게 아니라 팔꿈치에 보조기를 채웠다. 낮에는 약을 먹여 재우고, 밤에도 수면장애를 이유로 수면제를 먹이기도 했다.
얼굴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해져 가는 자녀를 보며 더 이상 시설에 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은 ‘나쁜 시설이 문제고, 좋은 시설에 가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다른 시설을 알아보자고 했지만, 임 씨는 자녀가 어떤 시설을 가도 똑같은 일을 반복해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결심한 ‘
탈시설’. 지원주택으로 자립에 성공한 지원 씨는
탈시설한지 2주 만에 굽었던 허리가 펴지고, 체중도 37kg이 늘었다. 현재는 스스로 신변처리를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계속 소리를 지르고, 울고, 땅만 보고 걷는 것도 없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