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은밀’하고 ‘조용’하게, 장애인생활시설 속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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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은밀’하고 ‘조용’하게, 장애인생활시설 속 인권침해

0 4,743 2013.02.26 18:15
▲ ㅇ시설의 장애영·유아생활시설(왼쪽)과 지적장애인생활시설(오른쪽) 건물.  
▲ ㅇ시설의 장애영·유아생활시설(왼쪽)과 지적장애인생활시설(오른쪽) 건물.
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거주인에 대한 일상적인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으며, 해당 시설측은 이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반발에도 불구하고 묵살로 일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ㅇ시설의 일부 전(前)·현(現) 직원과 거주인의 보호자 등은 인권·시민단체와 함께 ㅇ시설 인권침해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리고, 지난 6일 증언대회를 열었다.


ㅇ시설은 2012년 현재 국고보조금 70억3,371만1,000원을 지원 받고 있는 천주교 재단의 대규모 시설로 지적장애인생활시설과 장애영·유아생활시설 및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 194인이 생활하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시설 안에서의 폭력이 특정 사건이 아닌 ‘일상’ 그 자체였다는 것. 직원 대다수가 가해자고 거주인 대다수가 피해자였으며 폭력, 감금, 노동, 방임·방치, 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대책위가 밝힌 인권침해 사례의 일부다.



ㅇ시설에서는 두 명의 직원이 폭력 건으로 권고 사직했는데, 직원 김모 씨는 거주인 방모 씨를 밀어 방 씨의 오른쪽 골반 뼈가 나갔음에도 5일간 방치했다. 또 다른 직원 박모 씨는 거주인 유모 어린이가 줄을 서지 않고 앞으로 뛰쳐나오자 소리 지르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슬리퍼로 해당 거주인의 머리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지적장애인생활시설과 장애영·유아생활시설에서는 직원 정모 씨가 캠프 뒤 대열에서 벗어나 과자를 먹으러 간 거주인 양모 학생을 버스로 데려가 때렸으며, 그 뒤에도 같은 이유로 앞치마 주머니에 들어있던 글루건 심을 꺼내 발바닥과 머리 등을 마구 때렸고, ‘선생년들이나 애새끼들이나 다 똑같아’라고 소리 질렀다.


직원 임모 씨는 거주인 박모 학생과 실랑이 벌이는 과정에서 뺨 근처를 맞자, 박 학생의 가슴을 때리고 발과 손을 이용해 마구 때렸다. 몇몇 직원들은 거주인 윤모 학생의 소·대변 실수를 자주하는 버릇을 고친다며 하루 종일 벌을 세우거나 손·발바닥 등을 때렸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거주인 용모 학생이 식사시간에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장난치면 숟가락으로 머리나 손등을 때렸다.


특정 거주인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직원 이모 씨는 거주인 장모 씨가 간식시간에 다른 방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목 따버린다’는 폭언을 내뱉는가하면 ‘안마 해준다’는 이유로 눕혀놓고 등을 발로 밟기도 했다. 거주인의 골반 뼈를 부러뜨린 후 방치해 권고 사직한 김모 씨 역시 장 씨가 생일잔치 뒤 몰래 방에 들어가 피자를 먹었다며 방으로 데려가 발가락에 멍들 때까지 파리채로 발을 때렸다.


또 단풍놀이 뒤 목욕하는 과정에서 거주인의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손바닥을 이용해 등을 때리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주인의 동작이 잘 안 맞고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따귀를 때린 후 이곳저곳 사정없이 때린 뒤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나가 욕을 퍼붓는 등 폭력이 난무했다.


이밖에도 직원들은 기저귀를 쓰는 거주인 정모 학생의 대·소변이 많다는 이유로 식사량을 줄였고, 또 다른 학생은 머리채를 잡는다는 이유로 손목이 막힌 옷을 입혔다. 그 상태에서 간식을 먹는 동안 짜증을 내면 과자를 바닥에 던져 짐승처럼 주워 먹도록 했다.


거주인 대다수를 상대로 편식을 지도한다며 음식을 한꺼번에 국물에 말아 먹이거나, 턱을 잡고 억지로 먹이는 경우도 있었으며 ‘네가 그러니까 장애인이지’, ‘저 아이는 정말 미친 애 같아’, ‘찌질이들’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 거주인이 ‘자해한다’는 이유로 손에 양말을 씌운 모습.  
▲ 거주인이 ‘자해한다’는 이유로 손에 양말을 씌운 모습.
쏟아지는 인권침해 증언들…시설 측 ‘우린 모르쇠’


몇몇 거주인은 ‘누군가한테 맞거나, 다른 사람이 맞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맞지 않았지만, 다른 애가 욕실에 끌려가는 것을 봤다’, ‘다른 애가 엄마(직원)를 때리자, 엄마가 똑같이 때렸다’, ‘두 손을 들거나 엎드려뻗치기도 했다. 몽둥이 같은 것으로 맞기도 했다’고 증언을 뒷받침했다.


쏟아지는 증언에 대해 ㅇ시설 측은 ‘부풀려진 게 아닌가 싶은 것들도 좀 있다. 우리도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ㅇ시설 지적장애인생활시설 전(前) 원장이자 장애영·유아생활시설 현(現) 원장을 맡고 있는 길모 원장은 “두 명의 직원이 폭력 건으로 나간 것은 맞다. 물론 둘 다 ‘때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주인의 주장을 더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갔다.”며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하나 더 있는데, 보호자가 해당 직원의 부서를 옮기는 것으로 합의해 마무리됐다. 해당 거주인은 목욕 중 허벅지가 멍들어 있었는데, 그 거주인은 모 직원이 때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 말고는 잘 모른다.”고 일축했다.


이어 “멍 자국이 발견되는 등의 경우가 아니면 개인마다 면담할 순 없다.”며 대신 거주인· 학부모·직원 등 10인으로 이뤄진 인권지킴이단이 활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시설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감시·감독하기가 힘들고, 거주인들의 생활공간 또한 여러 개로 나눠져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의 모든 현관문에는 안에서 열고 닫을 수 있는 자동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의 모든 현관문에는 안에서 열고 닫을 수 있는 자동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 장애영·유아생활시설의 모든 방문 손잡이는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 장애영·유아생활시설의 모든 방문 손잡이는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체벌을 위한, 안전을 빌미로 한 ‘감금’


감금 및 격리 문제도 드러났다.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의 모든 현관문에는 자동잠금장치가 높은 곳에 설치돼 있었으며, 장애영·유아생활시설의 경우에는 자동잠금장치는 없었지만 모든 손잡이가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지적장애인생활시설의 자동잠금장치를 열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눌러야하는데, 비밀번호는 직원만 알고 있어 거주인은 나올 수 없도록 해 사실상 감금상태에 놓여 있었다.


현관문 말고도 잠자는 방, 세탁실 등 문 곳곳에 잠금장치를 했던 흔적이 선명했다. 한 거주인은 방문에 무언가 달려 있다가 떼어진 것 같은 흔적에 대해 ‘밤에 아이들이 잘 때 못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잠금장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세탁실의 원래 용도를 묻자 ‘원래는 세탁실이 아니었는데 개보수 뒤 공간을 옮기는 과정에서 세탁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예 ‘격리실’이라는 이름으로 된 방도 있었는데, 직원은 그곳을 ‘전염병이 걸려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 위험이 있을 때 지내는 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격리실에 갇힌 적이 있는 거주인은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며칠 방안에 있기도 했다. 잘못했다는 이유로 갇혀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별 감금은 주로 체벌 또는 ‘운다는 이유’로 이뤄졌는데 증언에 따르면, 중증장애가 있는 거주인 박모 학생은 하루 종일 운다는 이유로 무더운 여름에 창문과 커튼을 닫아 놓고 불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 학생은 밤에 불이 꺼진 컴퓨터방에 방치되기도 했으며, 다른 직원이 감금 상태를 발견해도 들어가지 못하게 말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해당 사건을 목격한 직원은 “뒤늦게 다른 직원이 발견했을 당시 해당 거주인은 땀에 젖었고 공포에 휩싸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가둬둔 직원들은 거실에서 에어컨을 쐬며 텔레비전을 보고 웃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현관문 말고도 각 방에는 무언가를 달았다가 뗀 흔적이 남아 있었다.  
▲ 현관문 말고도 각 방에는 무언가를 달았다가 뗀 흔적이 남아 있었다.



  ▲ 전염병 등에 걸린 거주인을 격리하는 방.  
▲ 전염병 등에 걸린 거주인을 격리하는 방.
주방일과 세탁일이 자립생활 프로그램?


거주인 대부분은 연령을 불문하고 ‘노동’에 대한 인식이나 대가 없이 노동을 치루고 있었으며, 학교를 다니는 거주인 말고는 대부분 하루를 밥 먹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직원 유모 씨는 어린이들에게 안마를 받으며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졌고, 정모 씨는 어릴 때 일어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저리는 날이 많다며 같이 안마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몇몇 거주인은 ‘엄마(직원)가 힘들까봐 안마해준다’, ‘세탁실에서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 것 빨고,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것 도와준다’, ‘화장실 청소 같은 것 한다’고 말해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이미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길 원장은 “지난해 경기도 프로그램으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반찬을 만들어드리거나 청소해드리는 게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자립생활 개념으로 스스로 반찬을 만들고 스스로 세탁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주방과 세탁실에서 정기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시설측은 주방일과 세탁일이 자립생활 개념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지만, 세탁실에 머물고 있는 거주인은 자신을 ‘세탁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가하면 세탁실 안에 생활공간이 있다고 말해 자립생활 개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 시설측은 주방일과 세탁일이 자립생활 개념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지만, 세탁실에 머물고 있는 거주인은 자신을 ‘세탁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가하면 세탁실 안에 생활공간이 있다고 말해 자립생활 개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세탁실에서 일하고 있는 거주인은 자신을 ‘세탁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함께 생활하는 거주인들의 옷이나 이불 등을 세탁하고 있었다. 다른 거주인과 동떨어진 세탁실 안에 생활공간이 위치해 있다고 말하는 등 자립생활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지적장애인생활시설에서는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고 거주인들이 둘러앉아 빨래한 옷들을 개고 있었는데, 한 직원은 태연하게 ‘세탁실에서 잘못 올라왔다. 4층 것이랑 같이 올라왔으니 놔둬라. 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시설측은 앞서 자립생활을 유도한다는 말과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거주인들이 옷 등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사러 갈 수 있도록 한다’면서도 ‘거주인들이 직접 자신의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직원 중에) 도장 관리자와 통장 관리자를 지정해 맡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폭력, 방임·방치에 병드는 사람들… 종교 강요 의혹도 제기돼


대책위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방임·방치를 꼽았다.
‘물리적인 압력이 아니면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더욱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


대책위는 거주인끼리 짝을 이뤄 서로를 돌보게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짝인 거주인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은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옆으로 움직여서 기어간다든지, 등으로 ‘오징어’처럼 발로 기어간다든지 한다. 굴러서라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는 바닥 생활을 한다.”고 표현했다.



  ▲ 뇌병변장애어린이들이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  
▲ 뇌병변장애어린이들이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
중증장애가 있는 어린이의 경우 칸막이 처리가 돼 있는 침대 안에서 24시간 누운 채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어린이의 두 손에는 양말이 씌워지고 손목에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는데, 직원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해하기 때문에 양말을 끼워놓은 것이다. 요즘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 끼워 놓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책위는 “여성중증장애인의 생리대를 남성직원이 갈아주거나, 이성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겨 목욕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증언해 충격을 더했다.


몸을 스스로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는 거주인도 무기력한 상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간간이 수업 지도를 받는 모습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별다른 활동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거주인이 한글교재에 한글과 관계 없는 선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주인들 대다수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 거주인이 한글교재에 한글과 관계 없는 선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주인들 대다수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의 외출도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통학버스가 시설 안까지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장애성인은 물론 학교를 다니는 거주인도 실질적으로 시설과 학교만을 오가는 상황이었다. 시설측은 ‘장애특성상 개인적으로 외출할 수 없다’고 단정 지으며, “몇몇 거주인은 생활용품을 사는 데 따라나서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외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루를 뭐하면서 보내느냐’는 질문에 청소년층 거주인들은 ‘학교 갔다 오면 여기서 하루 종일 지낸다. 학교 숙제한다’, ‘언니들과 놀아준다’고 답했다. 성인층 거주인들은 ‘아침 먹고 양치질하고 텔레비전 본다. 점심 먹고 거실에서 자고 일어난다. 저녁은 다섯 시에 먹는다’고 답해 많은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길 원장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주 1회~2회 심리치료 및 작업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비누·비즈 만들기를 진행했으며, 이번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학생도 있다. 자립생활 프로그램은 초기단계로 지적장애인생활시설 같은 경우 쿠키 만들기와 바리스타,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진행한다. 장애영·유아는 동물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거주인들은 ‘뭐 만든 적도 있다’, ‘운동한 적도 있다’, ‘모른다’고 말해 피부에 와 닿을 만큼 체계적이거나 정기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렇다보니 몇몇 거주인은 오히려 ‘퇴행’ 현상을 보인다는 것. 대책위는 “충분히 혼자 학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사회가 아닌 시설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지적장애 학생도 있다.”며 “한 학생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생활했다면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 받고 생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학생의 상태는 ‘시설 안에서 가장 똑똑할’뿐, 바깥에 나가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종교 문제도 거론됐다. 거주인의 대부분이 세례명을 갖고 있었는데, 세례명을 갖고 있는 거주인 몇몇은 ‘원래 천주교는 아니었다’, ‘세례명을 받고 싶어서 받은 게 아니다’고 말해 종교적 강요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시설측은 “직원과 거주인 모두에게 세례명 받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미사 또한 참여하고 싶지 않는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대책위는 ‘직원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거주인은 다르다. 거의 모든 거주인이 세례명을 갖고 있으며, 미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두 대부터는 ‘일상’이었다… 가해자였던 내가 증인이자 증거”


이번 ㅇ시설 사태는 성폭력 및 폭력, 사망 사건 등 자극적인 특정 사건을 통해서가 아닌 내부 고발자로부터 터져 나왔다는 데 의미가 크다.
대책위에 참여한 ㅇ시설 일부 전·현 직원 중에서는 ‘내가 가해자였다’고 양심고백한 사람도 있다.


ㅇ시설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황리예 씨는 “처음 들어갔을 때는 직원이 거주인을 때리는 것을 보고 ‘원래 장애인생활시설은 다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신입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경력이 많았기 때문에 함부로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처음으로 거주인이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며 지도하는 상황에서, 한 거주인이 글루건 심을 갖고 와 해맑게 웃으며 ‘엄마, 이게 매에요’라며 갖다 줬다.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한 대가 어렵지 한 대를 때린 뒤에는 그만큼 거주인의 통제가 쉬워지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행동했다.”고 말했다.



  ▲ 황리예 현직 생활재활교사.  
▲ 황리예 현직 생활재활교사.
황 씨는 시설 안에서의 인권침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직원은 ‘때리려면 욕실에서 때려라. 욕실이 사무실이랑 멀고 방음이 잘 된다’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죄책감과 함께 혼자 미안하다고 중얼거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은 사라지고 버릇처럼 거주인을 혼내기 시작했다. 통제하기 쉽도록 혼내면서 자연스럽게 거주인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전했다.


황 씨는 시간이 지나서야 다른 직원의 행동을 보고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었나’ 싶었고, 그제야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결심했다.


황 씨를 비롯해 같은 문제점을 느낀 직원들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시설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책위는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단 한 번도 해당 안건을 다루지 않는 등 시설측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11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ㅇ시설의 지적장애인생활시설 신해 전(前) 사무국장은 “시설측은 오히려 문제 제기한 직원들을 파면했다. 11월 29일 어떠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파면’이라는 공문만 전달됐다.”고 분개했다. 황 씨 역시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신 전(前) 사무국장은 그동안 있었던 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신 전(前) 사무국장은 “종교의 선택은 자유로울지언정 업무와 상관없는 종교 활동에 참여해야했다. 나는 아침 미사에 참여해 반주하고 난 뒤에야 내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언제 개인적인 일로 운전을 시킬지 몰라 항상 운전기사로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의견을 수용하기는커녕 문제 제기한 직원들을 몰아넣는 분위기다보니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나 역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거나 협박 아닌 협박 문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다른 직원들은 ‘인권침해가 아주 없었다고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황 씨를 비롯해 대책위에 들어간 일부 전·현 직원들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신 전(前) 사무국장 또한 사무국장을 지내는 기간 동안 직원에 대한 부당 해고를 진행한 바 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은 내부 갈등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복지는 ‘개인의 권력’ 아닌 ‘국가의 책임’


이번 사태에 대해 거주인 가족의 입장은 어떨까. 한 거주인의 아버지는 “부모들은 시설이 아무 탈 없이 흘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도가니 사건’과 같은 게 아니고, 지나가다 툭 건드린 것까지 폭행이라고 한다면 안타깝다.”며 “아들이 ㅇ시설이 시작할 때부터 이용하고 있다. 아들을 보기 위해 여주로 이사해 수시로 시설을 드나드는 사람으로서 당사자에게 직접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럴만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 결과,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등 만들어진 냄새가 짙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ㅇ시설 거주인의 가족 장혜영 씨.  
▲ ㅇ시설 거주인의 가족 장혜영 씨.
하지만 지난해 ㅇ시설 가족모임 대표를 맡았던 장혜영 씨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장애인복지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씨의 여동생도 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 당사자라는 것.


장 씨는 “어느 날 동생을 만나기 위해 시설에 방문했는데, 평소 활달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눈이 풀려 있기에 물어봤더니 ‘약을 바꿨다’고 이야기 해줬다.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가 물었더니 ‘행동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약 쓰는 게 싫으면 다른 시설을 알아봐라’고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시설측은 장애인 가족이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것을 하나의 ‘권력’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누군가 나에게 ‘시설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해결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의 그런 태도 때문에 당사자는 일상적인 폭력을 겪으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 무시당하기 쉽고, 너무나 약한 사람의 고통을 가족이 아니면 누가 헤아려주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도덕적·양심적으로 일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사로서의 직업의식과 윤리를 지켜달라는 이야기다. 나는 어렸을 때 동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동생을 때린 적도 있을 정도로 무지했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서로가 서로의 인권을 무시하며 ‘짐승’처럼 살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찾아야 한다. 하지만 참 모순적이게도 장애인생활시설이 이러한 것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시설 아닌 전체의 문제… 인권에 대한 의식 각성하는 계기돼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이번 사태를 ㅇ시설만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성폭력이나 폭력만이 인권침해가 아닌 일상에서의 인권침해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으로 인권 감수성 및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
여 활동가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이 있은 뒤 긍정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것들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우리사회가 ‘성폭력이나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 정도의 폭력이 벌어졌다’고 하는 자극적인 인권침해에 길들여졌다는 것.”이라며 “몇몇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인권침해의 원인은 시설의 폐쇄적인 구조에 있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제기된 고질적인 문제다. 시설측이 얼마나 심각성과 공통의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시설 측의 입장이 둘로 나눠져 서로를 인신공격하거나 도덕성에 흠집 내기 바쁜데,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ㅇ시설 사태를 통해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사회복지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아동복지법의 경우 방임·방치를 심각한 인권침해로 보고, 그에 대한 처벌 규정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반면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은 폭력, 성폭력, 차별에 대한 규정만 정하고 있을 뿐 방임·방치에 대한 규정이 없고, 장애인생활시설 거주인에 대한 인권 문제 또한 다루고 있지 않다.”며, 대책위가 ㅇ시설 사태를 토대로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할 계획임을 전했다.


 


*출처 :  웰페어뉴스